부산 선수들은 7일 성남전을 앞두고 독을 품었다. '필승의지'를 불태웠다. 올시즌 성남으로 둥지를 옮긴 안익수 전 부산 감독에게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내면은 달랐다. 정형화된 틀에서 숨죽여 지낸 지난 2년에 대한 '복수'(?)를 꿈꿨다. 선수들은 스스로 경기 이틀 전 합숙을 자청했다. 분석도 배로 했다. 주장 박용호는 "선수들이 안 감독님에게 예의(?)를 갖춘 골 세리머니도 준비했다"고 전했다. '베테랑 수비수' 이정호도 선수들의 강한 의지를 인정했다. "지난해 안 감독님에게 지도받았던 선수들은 의지가 뜨거웠다. '절대 지지 말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지난 시즌 후반 잦은 교체에 불만을 품어 안 감독의 눈밖에 난 외국인선수 파그너도 독이 바짝 올라있었다. 코칭스태프에게 선발로 출전시켜달라고 떼를 썼다. 팬들도 선수들의 분위기에 동참했다. '성남의 말고기가 그렇게 땡기더냐'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계약기간(2년)이 남았음에도, 친정팀으로 돌아간 안 감독을 향한 귀여운(?) 도발이었다.
4개월 만에 부산을 찾은 안 감독은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옛 제자들에 대한 예우에 신경썼다. 경기 전 안 감독은 "내가 토대를 만든 선수들에게 승리를 양보할 수 있다. 우리는 다음의 기회를 노려도 괜찮다"고 말했다. 반면, 윤성효 부산 감독은 '냉정함'을 주문했다. 윤 감독은 "의욕이 넘치면 자기 플레이가 안나올 수 있다. '너무 감정을 가지고 대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냉정해져라'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선수들의 내부 결속력이 그라운드에서 폭발했다. 부산은 전반 18분 윌리암의 결승골과 후반 26분 성남 수비수 윤영선의 자책골로 2대0 완승을 거뒀다. 선수들의 바람이 이뤄졌다. 안 감독 체제에서 볼 수 없었던 공격의 창의성이 성남의 밀집수비를 뚫는 원동력이 됐다. '독도남' 박종우는 "경기 중 안 감독님께서 '내려오라'고 소리치셨는데 순간 내가 내려갈 뻔했다. 그만큼 안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에게 진보된 모습을 보여드려서 기분 좋다. 선수들의 강한 의지가 그라운드에서 잘 보여졌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안 감독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시즌 첫 승 달성이 또 물건나갔다. 그러나 옛 제자들의 성장에 박수를 보냈다. 안 감독은 "옛 제자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안 감독은 "부산은 더 좋은 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박종우를 예로 들었다. 안 감독은 "박종우가 스케일이 작은 '독도 세리머니'가 아닌 '후지산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기대할 것이다. 올해 최강희호에서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뭉치는 힘에 흡족해 했다. 윤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상대를 잘 알고 운동장에 나가야 한다. 선수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지시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