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은 뼈아픈, 울산 현대는 귀중한 승점 1점이었다.
'사제지간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김호곤 울산 감독(62)이 연세대 지휘봉을 잡을 당시 최용수 서울 감독(42)이 선수로 뛰었다. 최 감독은 4일 "샘(선생님)이 원래 스트레스를 잘 안 받으시는데 그 날(6일)은 스트레스 좀 받으셨으면 합니다"며 영상편지를 보냈다. "영상편지를 읽었다"는 김 감독은 경기 직전 "잘 안보여서 그렇지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라며 웃어 넘겼다.
90분이 막을 내렸다. 희비는 엇갈리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더 받은 쪽은 스승이 아닌 제자였다. 서울과 울산이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5라운드에서 2대2로 비겼다. 서울은 2-0으로 앞서다 2골을 허용하며 클래식 첫 승 기회를 또 날렸다. 서울은 승점 3점(3무2패)에 머문 반면 울산은 10점(3승1무1패) 고지를 밟았다.
봄비가 쉬지 않고 잔디를 적셨다. 변수가 많았다. 사령탑의 머릿속은 복잡했고, 사제지간의 지략 대결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명암을 가른 한 수를 해부했다.
▶고요한 변칙카드, 데몰리션 폭발
최 감독은 4-4-2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오른쪽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한 고요한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오른쪽 날개에 포진했다. 그의 자리에는 최효진이 섰다. 오른쪽 윙백에는 차두리도 곧 투입된다. 최 감독은 "요한이는 지난해 팀이 우승하는데 공이 컸다. 영리한 선수다. 시즌은 길다. 모든 선수를 활용할 것이다. 다 같이 살아야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울산이 선수비-후역습을 노릴 것으로 에상했다. 주효했다. 전반 25분 하대성 고요한으로 이어지는 그림같은 패스를 몰리나가 해결했다. 5분 뒤에는 몰리나의 패스를 데얀이 골로 연결했다. 파죽지세, 대량득점의 기운이 감돌았다. 김 감독은 불안했다. 그는 "걱정을 많이 했다. 서울이 경기 내용은 좋았는데 그동안 승점을 많이 못챙겼다. 두 골을 허용한 후 심리적으로 위축됐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데얀이 골 기회를 잇따라 잡았지만 더 이상 달아나지 못했다. 울산이 행운의 만회골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전반 36분 마스다의 중거리 슈팅이 김승용의 몸을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서울 수문장 김용대는 역모션에 걸렸다. 2-1, 전반이 막을 내렸다.
▶하프타임, 라커룸에선
서울은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력도 흠이 없었다. 후반에는 상대의 거친 압박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듯 했다. 최 감독은 "상대가 뒤지고 있었다. 강한 압박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선수들에게 패싱 플레이로 템포를 조절하면서 수비 뒷공간을 노리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한 골차로 추격한데 만족했다. 그는 "전반전이 끝난 후 선수들에게 수비쪽으로 내려서는 경향이 있으니깐 나가서 압박도 같이하고 물러서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했다.
선수들이 반응했다. 후반 볼점유율은 57대43으로 서울이 우세했다. 다만 골결정력에서 허점을 나타내며 고비를 넘지 못했다. 울산은 공수 포지션 간격을 최대한 줄이며 서울을 거칠게 몰아쳤다. 역습 공격도 날카로웠다.
▶교체타이밍의 명암
김 감독이 먼저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21분 스피드와 골결정력을 겸비한 박용지를 투입했다. 역습을 위한 최후의 승부수였다. 최 감독은 곧바로 수비형 미드필더 한태유를 준비시켰다. 최 감독은 "태유가 투입되면 (하)대성이와 (고)명진이가 수비 부담을 덜 수 있다. 효과적인 패싱 플레이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태유가 들어가기 직전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26분 세트피스에서 김치곤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최 감독은 한태유 대신 공격수 박희성과 날개 최태욱을 31분과 38분 차례로 출격시켰다. 김 감독은 후반 34분 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을 불러들이고 중앙수비수 박동혁을 투입했다. 스리백으로 변신했다. 양쪽 윙백이 최후방 저지선에 가담하며 5명이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김 감독은 "수비가 자꾸 흐트러지는 것을 보고 안정을 꾀했다. 2-2 동점에서 상대가 계속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봤다. 오히려 역습을 시도하기 위해 박동혁을 기용했다. 김성환은 부상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교체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김주영은 경기 종료 직전 박용지의 역습을 봉쇄하다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서울은 경기력에선 압도했지만 첫 승의 벽은 넘지 못했다. 울산은 기분좋게 서울 원정을 마감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