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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에게 필요한건 두산팬의 따뜻한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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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두산 홍성흔이 고개를 숙였다. 홍성흔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팬, 동료, 그리고 사건 당사자였던 문승훈 심판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홍성흔은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LG와의 시즌 첫 맞대결 도중 문 심판의 스트라이크 아웃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 퇴장 선언을 받았다. 평소, 좀처럼 항의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홍성흔이 배트, 헬맷까지 집어던지며 심판에게 언성을 높였으니,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일단, 홍성흔의 공식 사과로 사건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홍성흔은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판정 문제에 일희일비 말자고 했는데, 내가 그런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또 가족, 어린이팬들이 많았는데 감정 컨트롤을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 순간 홍성흔이 감정조절에 실패하며 폭발하고 말았던 것일까. 하지만 프로 데뷔 후 15년간 항의를 하기는 커녕, 깨끗한 경기 매너로 팬 뿐 아니라 심판들에게도 사랑을 받아온 선수의 행동이기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내자면 당시 볼 판정 하나에 홍성흔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15년 동안 더 납득이 안가는 판정이 나왔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두산 이적 후 알게 모르게 쌓여왔던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폭발했다고 보는게 맞다.

홍성흔과 두산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경희대를 졸업하고 99년 입단해 10년 동안 뛰며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홍성흔은 2009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다. 당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프로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더욱 인정해주는 구단을 선택하는게 순리였다. 그렇게 4년을 롯데에서 뛴 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홍성흔은 정들었던 부산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자신을 반겨줄 친정팀의 품이 있다는 생각에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야심차게 두산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개막 후부터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심적 부담은 커졌다. 사건이 발생한 타석 전까지 16타수 3안타 타율 1할8푼8리의 저조한 성적이 이어졌다. 시작부터 비난이 이어졌다. 단순히 4년 31억원을 받은 고액 연봉자의 부진에 대한 비난이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만큼 떠나보내는 순간의 아쉬움이 커서였을까. '두산에 왜 왔느냐', '다시 롯데로 돌아가라'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홍성흔은 5일 LG전을 앞두고 기자에게 "4년이라는 시간이 길기는 길었나보다. 홈 개막전 때 팬들께 인사를 하는데 박수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 것도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며 팬들의 냉담한 반응에 힘들다고 했다. 실제, 최근 두산은 오재원, 정수빈 등 젊은 선수들이 등장할 때 가장 큰 환호성이 터진다.

이적 후 곧바로 주장을 맡아 선수단에서도 눈에 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홍성흔은 7일 LG전을 앞두고 "주장으로서 그동안 팀에 보여준게 없었다. 그 타석에서 꼭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경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항의를 하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

과격한 항의를 한 홍성흔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를 했다. 8일 열릴 징계위원회에 대해서도 "어떤 징계든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선수 본인은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해 액땜을 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가오는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

홍성흔은 언제나 "팬들을 즐겁게 하는 야구가 최고의 야구"라고 외쳐왔다. 그런 팬들이 자신을 외면한다는 생각이 드니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이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팬들의 큰 함성소리는 홍성흔을 다시 춤추게 할 수 있다. 이제 남은건 홍성흔을 향한 두산팬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