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우승 후보 KIA를 만나 2연패했다. 약체 한화와 NC에 5연승한 후 진짜 강팀과 붙어 그들이 최강이 아님을 확인했다.
롯데는 KIA와의 두 경기 완패를 통해 두 가지를 확실히 배웠다. 하나는 확실한 거포가 없는 상황에선 득점권 타율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이 하고싶은 과감한 주루 플레이가 잘못 됐을 경우 엄청난 '독'이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시즌 전 롯데의 방망이를 걱정했다. 거포 홍성흔(두산)과 1번 타자 김주찬(롯데)이 지난해말 롯데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막 후 7경기에서 롯데의 팀 타율은 2할6푼6리였다. KIA(0.306) 삼성(0.289)에 이어 공동 3위다. 홈런도 2개를 쳤다. 겉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마운드가 탄탄한 편인 KIA와의 2연전에선 5일과 7일 나란히 10안타를 쳤다. KIA(5일 12안타, 7일 7안타)에 안타수에선 밀리지 않았다. 그런데 롯데는 3대9, 1대3으로 완패했다.
롯데의 문제점은 득점권 타율에 있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KIA에 지고 난 후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안 좋았다"고 말했다. 롯데의 지난 7경기 득점권 타율은 바닥이었다. 2할2푼3리. 9개팀 중 8위. 꼴찌는 NC(0.221). 최강 화력을 자랑하고 있는 KIA의 득점권 타율은 무려 3할6푼6리(1위)다. KIA는 7일 롯데전에서 나지완 김선빈 최희섭이 타점을 올리며 해결사 노릇을 했다. 반면 롯데는 황재균 전준우 등이 중요한 순간 한방을 쳐주지 못했다. 롯데 마운드가 아무리 잘 던져도 중심 타자들이 이렇게 무기력하면 버틸 수가 없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홈런은 필요없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이 3할 정도 돼야 강팀이다"고 말했다. 롯데가 지금 같은 득점권 타율을 보인다면 절대 우승권에 근접할 수 없다. 다수의 전문가들 예상 처럼 올해 4강권 밖 성적을 낼 수도 있다.
롯데의 새로운 1번 타자 김문호는 7일 KIA전에서 돈주고도 못 살 값진 경험을 했다. KIA 선발 서재응에게 두 차례 견제사를 당했다. 볼넷으로 걸어나가 1루수에서 죽었다. 2루타를 치고 나간 후 2루에서 견제구에 비명횡사했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서재응을 무너트릴 수 있는 찬스였는데 오히려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 미숙으로 스스로 공격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김시진 감독은 지난해말 롯데 지휘봉을 잡으면서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지난 겨울 동안 일본인 모토니시 주루 코치를 인스트럭터로 초빙해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롯데 선수들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야구를 잘 따라주었다. 롯데는 팀 도루 16개로 1위. 하지만 김문호의 경우 처럼 지나친 리드를 하다 견제사를 연거푸 당한 것은 뭔가 될 것 같았던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문호가 흐름을 끊지 않았다면 경기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롯데는 KIA전을 통해 그들이 이런 야구를 하면 '가을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롯데는 지난 2년 동안 이대호(오릭스) 홍성흔 같은 대표적인 스타를 타 구단에 빼앗겼다. 그 결과, 이번 시즌 개막 후 홈 4경기에서 단 한 번도 부산 사직구장(2만8000석)이 매진되지 않았다. 최고 인기구단 롯데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롯데가 KIA전 처럼 맥없이 패하는 경기를 할 경우 부산팬들의 실망감은 커질 것이다. 야구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어도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롯데는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기를 유지하면서 우승까지 도전할 수 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