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시즌 개막 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투타 밸런스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형편없는데다 어쩌다 잘 던진 날에는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지난 4일과 5일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와 이브랜드가 각각 6⅓이닝 6안타 3실점, 7⅓이닝 7안타 3실점으로 호투를 하면서 원투 펀치에 대한 믿음은 어느 정도 생긴 상황이다. 그러나 마무리 안승민을 비롯한 불펜진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타선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중심타자들이 아직 홈런을 날리지 못했다.
김태완 김태균 최진행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는 개막전부터 5일 넥센전까지 6경기 연속 같은 타순으로 나섰지만, 홈런포를 단 한 개도 쏘아올리지 못했다. 김태완은 타율 3할4리에 5타점, 김태균은 타율 4할에 6타점, 최진행은 타율 2할2푼7리에 2타점을 기록중이다. 이날까지 9개팀 가운데 홈런이 한 개도 없는 팀은 한화가 유일하다. 한화는 이들이 이끄는 타선이 분위기만 타면 그 어느팀 못지 않은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터라 시즌초 장타력 실종은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가능한 빨리 중심타선이 터져야 한다는 의미다.
세 선수 모두 한 시즌 30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3번타자로 나서는 김태완이 40홈런을 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6홈런 80타점을 올린 김태균은 올시즌 홈런과 타점 수치를 더욱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최진행은 지난 2010년 32홈런을 포함해 최근 3년간 68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이 기간 홈런 순위에서 오릭스로 이적한 이대호(71홈런)를 제외하면 전체 타자 가운데 삼성 최형우와 함께 공동 1위다.
시즌초 이들의 홈런이 터지지 않는 이유는 대전구장 확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좌우측은 97m에서 100m, 가운데 펜스는 114m에서 122m로 멀어졌다. 여기에 좌우중간에서 가운데까지의 펜스는 4.5m로 높아졌다. 올시즌 처음 대전구장을 찾은 다른 팀 타자들은 "까마득하게 멀어졌다"는 표현을 한다. 김태완과 김태균의 경우 타격감이 좋은 편임에도 힘있게 친 타구가 종종 펜스 앞에서 잡히자 고개를 떨구곤 한다. 홈런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전구장이 넓어진 덕분에 한화 투수들은 이날까지 홈런을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한화가 노린 대전구장 확장의 효과가 투수진에게는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지만, 예상대로 타자들의 장타는 좀처럼 터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화의 경우 이들 가운데 누구라도 먼저 홈런을 칠 경우 연쇄 반응을 통해 다른 타자들도 폭발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새롭게 단장한 구장에서는 첫 홈런이 터지면 심리적으로 편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지난달 시범경기서 같은 날 대전구장에서 홈런을 터뜨린 적이 있다. 3월21일 삼성전이었다. 최진행이 6회말 좌측으로 3점홈런을 날리자, 김태균이 7회말 좌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펜스가 멀어졌다고 해서 '마냥 멀다'고 한숨지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거리를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타석에 임할 필요가 있다. 하나만 터지면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