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전자랜드는 '각성'했다. 마지막이라는 절박함도 있었다. 그러나 모비스의 농구는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산'같았다.
모비스가 강력한 힘을 과시하며 전자랜드를 스윕했다. 3전 전승으로 가볍게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 올랐다.
모비스는 6일 인천 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주전 5명이 모두 두 자릿수의 득점을 올리며 전자랜드를 90대84로 완파했다.
전자랜드가 부진했던 경기가 아니었다. 모비스가 '힘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준 경기다.
'배수의 진'을 친 전자랜드는 초반 강렬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거칠었고, 의지가 투영됐다.
공수의 밸런스가 좋았다. 문태종과 이현민이 외곽에서 포웰이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모비스의 수비를 흔들었다. 결국 1쿼터는 26-20으로 리드.
그런데 모비스는 뒤지고 있으면서도 넘치는 힘을 적절히 배분했다. 전자랜드의 날카로운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고 힘의 균형을 맞췄다. 모비스가 조급하지 않은 이유는 초반 승부처에서 외국인 선수 라틀리프를 로드 벤슨으로 교체한 장면이다. 여기에서 모비스는 공격보다는 수비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골밑 리바운드가 강해지자,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의 강점으로 대두된 속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승부의 1차 전환점은 2쿼터 5분29초를 남기고 나왔다. 카스토가 완벽한 골밑 찬스를 얻었다. 그러나 연거푸 세 차례나 벤슨이 뒤에서 블록슛을 했다. 노련한 센터라면 적극적인 몸접촉으로 수비자 파울을 얻어내야 하는 장면. 하지만 카스토는 그런 기술을 가지지 못했다. 전자랜드 전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대목. 이때부터 흐름이 모비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모비스는 김시래의 자유투로 29-29,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이날 은퇴식이 예정된 강 혁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2대2 마스터'인 강 혁을 투입해, 공격의 활로를 찾겠다는 의도. 그리고 예측수비가 뛰어난 그가 모비스의 패스루트를 차단해주길 바라는 의미도 있었다.
적절했다. 2개의 스틸과 함께 카스토와 효율적인 2대2 공격을 펼쳤다. 결국 전자랜드는 흐름을 넘겨주지 않은 채 40-37로 리드한 채 전반전을 끝냈다.
하지만 이때부터 모비스의 아껴뒀던 힘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3쿼터 체력을 비축한 라틀리프와 문태영을 투입했다. 반면 전자랜드는 포웰을 다시 코트에 내보냈다. 골밑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문제는 모비스의 공격이었다. 문태영이 포웰을 상대로 한 과감한 돌파로 골밑을 집중공략했다. 실패했을 때 리바운드는 라틀리프의 몫이었다. 공격리바운드는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됐다.
여기에 모비스는 빠른 공격을 가미했다. 김시래와 양동근 뿐만 아니라 라틀리프와 문태영, 그리고 함지훈까지 뛰기 시작했다. 경기 템포는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높이와 스피드가 겸비된 모비스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3쿼터 막판 라틀리프의 속공과 문태영 함지훈의 미들슛이 잇따라 터졌다. 62-56, 모비스의 리드. 하지만 심리적인 점수 차는 더욱 컸다.
4쿼터 초반 모비스는 공수의 밸런스가 완벽했다. 68-60으로 앞서있던 모비스. 함지훈이 골대에서 3m 정도 떨어진 좌측 45도 지점에서 공을 잡았다. 전자랜드의 더블팀이 오자, 예상했다는 듯이 바깥으로 뿌렸다. 빠른 패스워크로 결국 외곽의 박종천으로 연결, 3점슛으로 이어졌다. 높이의 열세와 시종일관 강력한 수비로 인해 전자랜드의 주축선수들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
경기종료 4분4초, 17점 차로 점수차가 더욱 벌어졌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문태종의 3점슛 2방과 함께, 끝까지 파울작전으로 추격을 시도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인천=류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