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우라와 레즈(일본)에 승리하고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전북-우라와 간의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 사이타마 스타디움 곳곳에서 나부끼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일본에서는 이 문제를 쉬쉬하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들은 전북에 1대3으로 완패한 우라와에 대한 소식을 짧게 전할 뿐, 욱일승천기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부 언론이 '우라와가 욱일승천기 문제에 대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전했으나, 이슈가 되진 않는 모습이다. 일부 우익 언론들도 이번 욱일승천기 논란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우라와 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일전이 열릴 때마다 논란이 된 욱일승천기 문제에 대해 일본은 '일부 팬의 철없는 행동' 쯤으로 치부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도쿄에서 열린 한국-일본 간의 2012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20세 이하) 16강전에서도 일본 측이 반입금지를 천명했던 욱일승천기가 버젓이 나부꼈다. 현장에서도 일본 측이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기장 주변에는 대형 확성기를 단 검은색 우익차량이 버젓이 돌아다녔다. 우경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 내 분위기를 따져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앞장서야 한다. 그동안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사과만을 받았을 뿐, 대응 자세는 소극적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나 국제축구연맹(FIFA)에 대책 마련이나 제재 등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AFC나 FIFA 모두 일본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부분을 들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필요는 있다. 유럽에서는 선수가 파시스트식 경례를 하거나 관중석에 군국주의 상징 또는 유대인을 비하하는 구호나 걸개만 걸어도 처벌을 받는다. 아시아 각국과 공조해 욱일승천기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관심은 우라와와 리턴매치를 앞둔 전북 쪽으로 쏠린다. 전북은 '우라와 팬들이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차전에서 욱일승천기를 들고 입장할 경우 퇴장 조치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일본 내에서도 거칠기로 소문난 우라와 팬들인 만큼 전북 원정 때에도 욱일승천기를 소지하는 팬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라와 원정 뒤 제기한 '욱일승천기 논란'은 그저 엄살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