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열린 K-리그 챌린지 미디어데이에서 8개팀 감독들은 주저없이 상주 상무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국가대표급 선수를 대거 보유한 상주의 전력을 경계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은 이 말을 듣고 웃었다. "프로 감독을 맡은 이후 이렇게 좋은 선수들을 보유해본 적이 없다. 우승후보라는 말도 처음 들어 본다."
겉과 속은 달랐다. 우승후보로 당연시 여겨지는 것이 상대팀에게는 견제를 받고 상주 선수들에게는 독이 될 것을 경계했다. 그는 "상대 팀들이 상주와 경기를 할 때 모두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펼칠 것이다. 분명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도 우승후보로 불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뚜껑이 열렸다. 명불허전이었다. 개막전은 화려했다. 상주는 지난달 16일 열린 또 다른 우승후보 광주와의 경기에서 3골을 쏟아내며 3대0 완승을 거뒀다. 광주가 맞불을 놓으면서 치열한 공격 축구가 전개됐다. '아시아 최고 선수' 이근호(28)는 2골을 넣으며 상주의 대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 꿴 것이 더 독이 됐다. 개막전부터 상주의 화력이 불을 뿜자 상대 팀들의 견제가 더 심해졌다. 2라운드 수원 FC와 3라운드 충주 험멜 전에서 연속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상대는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채 수비에 집중하다 빠른 역습을 전개했다. 강팀을 상대하는 약팀의 기본 전술이었다. 1부리그에서 하위권을 맴돌던 상주에는 생소한 그림이었다. 아무리 두드려도 상대의 골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박 감독은 "공격만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상대가 맞받아치지 않고 수비만 하니 힘들었다. 예상은 했는데 그 이상이다"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3라운드까지 1승2무로 패배는 없지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상주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적이 아니었다. 문제를 분석했다. 이에 박 감독은 밀집수비를 뚫을 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당장 승리보다는 여유를 갖고 전력을 탐색하는 작전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는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을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첫 번째 대결은 상대의 전력을 살펴보는 기간으로 잡기로 했다. 본격적인 승부는 두 번째 대결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1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박 감독에게 2부리그의 수준을 물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 차이만 있을 뿐 1부리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특히 각 팀간의 전력차가 크게 없어서 후반기에 어떤 팀이 반짝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팀당 36경기씩 치르는 8개월간의 대장정 속에 각팀들은 5번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챌린지 초대 우승을 노리는 박 감독은 "장기 레이스는 결국 장기적인 전략이 중요하다. 첫 대결에서는 전력을 탐색하고, 두 번째 대결부터 상주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하태균 이재성이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장기 레이스인만큼 서두르지 않겠다. 완벽한 몸상태일때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