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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과 김기태, 동기생을 통해 본 넥센-LG 라이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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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승7패. 2012년 13승6패.

지난 2년간 넥센 히어로즈가 LG를 상대로 거둔 성적이다. 지난해까지 10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로선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다. 히어로즈는 2011년 꼴찌팀이었고, 같은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팀이다. 그렇다고 전통의 라이벌 두산처럼 역사가 깊은 팀도 아니다. 구단 규모나 모기업의 지원, 선수 자원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히어로즈에 월등히 앞서는 LG지만 성적에서는 히어로즈에 압도를 당했다.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거인 골리앗이 다윗에게 덜미를 잡힌 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LG를 온실에서 화초처럼 자란 부잣집 도련님에 비유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전문기업으로 견실하게 성장한 히어로즈와 극명하게 비교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히어로즈가 일방적으로 매경기를 주도를 한 것은 아니다. 2011년에 열린 양팀의 맞대결 19게임 중에서 9게임이 1점차 승부였고, 5게임이 연장전까지 갔다. 지난 시즌에도 2점차 이내에서 승부가 난 경기가 9게임에 이를 정도로 접전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경기는 LG가 총력을 기울이고도 수비실책으로 흐름을 망치거나, 찬스를 살리지 못해 무너지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히어로즈 선수들은 "LG를 만나면 진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고, 구단 관계자와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는 "LG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히어로즈는 서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두산과 LG의 견고한 양강 구도를 깨트리고 싶어한다. 전체 성적도 중요하지만, 당장 서울 연고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서울에서 영역을 넓힐 수 있다.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모든 게 생존의 위한 투쟁이고, 도전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통의 LG, 두산 라이벌 구도에, LG와 넥센의 또다른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다. 서울을 안방으로 쓰고 있는 두산과 LG,히어로즈 세 팀 간에 물고 물리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히어로즈는 물론, 프로야구 전체를 봐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올시즌 히어로즈와 LG의 라이벌전이 더 볼만해 졌다.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과 김기태 LG 감독, 둘의 인연이 라이벌전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염 감독과 김 감독은 널리 알려진대로 광주일고 동기생이다. 1968년 생인 염 감독이 1969년 생인 김 감독보다 한 해 위지만, 염 감독이 중학교 동기생들보다 한해 늦게 고교에 진학하면서 둘은 함께 고교를 다녔다. 또 두 사람은 LG에서 침체된 트윈스 야구를 살리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 김 감독은 LG 2군 감독을 거쳐 사령탑에 올랐다. 염 감독은 LG 운영팀장, 수비코치로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2011년 시즌이 끝나고 히어로즈로 옮긴 염 감독이 지난 시즌이 끝나고 지휘봉을 잡으면서, 둘은 올해 벤치 대결을 펼치게 됐다.

지난 31일 벌어진 KIA-넥센전이 광주일고 출신 감독, 광주일고 출신 선발투수(KIA 서재응, 넥센 김병현)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는데, 넥센-LG전은 광주일고 동기생 맞대결 시리즈라고 부를만 하다.

염 감독과 김 감독 모두 다른 어느팀보다 의욕이 넘친다. 감독 데뷔시즌을 시작한 염 감독은 팀 출범 6년 만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감독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김 감독이 선수들과의 굳건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형님 리더십'을 대표한다면, 염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상대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생각하는 야구'를 표방한다.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2일 목동경기에서는 히어로즈가 3대0 완승을 거두며, 개막 2연승 중이던 LG의 앞을 가로막았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 주키치를 개막 2연전이 아닌 히어로즈전 선발로 내세워 분위기를 잡아보려고 했으나, 히어로즈 이성열의 3점 홈런에 무너졌다.

누구보다 상대를 잘 알고 있는 염 감독과 김 감독. 이들 40대 지도자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양팀의 라이벌 구도와 함께 둘의 맞대결이 재미있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