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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긍지는 땅에 떨어졌다, 가시와에 2대5 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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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긍지는 땅에 떨어졌다. 수원 역사에 남을 처절한 패배였다.

3일 수원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와 레이솔과의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2대6으로 대패했다. 다른 K-리그 클래식 3개팀들은 모두 '극일'에 성공한 가운데 오직 홀로 당한 치욕적인 패배였다.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준비 부족이었다. 상대에 맞게 특화한 전술이 없었다. 일본팀들은 대개 패싱 축구를 구사한다. 이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려면 파워와 스피드를 앞세워야 한다. 아니면 전날 포항이 히로시마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완벽한 패싱축구를 구사해야 한다. 수원은 이도저도 아니었다. 90분 내내 어설픈 패싱 축구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패싱 축구 성공의 관건인 속도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횡패스와 백패스를 남발하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무너졌다.

선수들도 욕심만 부렸다. 완벽한 찬스에 있는 동료보다는 자신의 골을 먼저 생각했다. 터무니없는 중거리슈팅으로 기회를 날렸다. 반전의 기회도 있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페널티킥을 얻었다. 0-1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넣으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정대세가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라돈치치가 볼을 잡고 자신이 차겠다고 몽니를 부렸다. 라돈치치는 실축하며 기회를 날렸다.

벤치의 대응 능력도 떨어졌다. 1-3으로 지고 있던 후반 20분이었다. 정대세가 페널티킥을 얻었다. 벤치는 정대세에게 킥을 지시했다. 정대세로서는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에 사로잡혔다. 정대세의 슈팅은 하늘로 향했다. 후반 막판 수원은 다시 페널티킥을 얻었다. 이번에도 벤치는 정대세에게 킥을 하라고 했다. 이미 한 번 실축한 선수에게 다시 차라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정대세의 표정도 울상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축이었다.

수원으로서는 불운을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이 날 수원은 4차례나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 가운데 가시와의 골문을 가른 것은 후반 26분 스테보의 페널티킥골 단 하나 뿐이었다. 수원으로서는 먹으라고 입안에 넣어준 밥을 스스로 뱉어낸 골이었다.

승점 추가에 실패한 수원은 2무1패(승점2)를 기록하며 조3위로 내려앉았다. 가시와는 3연승(승점9)을 달리며 조1위를 공고히 했다. 귀저우를 2대1로 잡은 센트럴코스트(호주)가 1승1무1패(승점4)로 2위에 올랐다.

한편 전북 현대가 '닥공(닥치고 공격)'을 앞세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해결사는 ACL 통산 최다득점자로 등극한 이동국이었다. 전북은 같은 시각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와의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3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6분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던 전북은 후반에 이동국-케빈 투톱을 가동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6분 만에 이동국의 패스를 받은 이승기가 동점골을 쐈고, 후반 19분에는 이동국이 헤딩으로 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25분에는 이동국의 골을 도왔던 에닝요가 중거리 슈팅으로 쐐기골을 기록하며 3대1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1골을 넣은 이동국은 ACL 통산 19호골로 최다득점 1위에 등극했다. 하성룡 수원=이 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