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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는 亞최고' 日누른 포항표 패스+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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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의 힘은 패스다.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로 상대를 공략하는 방식은 대표적인 스타일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일본 스스로도 '아시아 최고의 패스 축구'를 구사한다고 자부해왔다.

이런 생각이 산산히 깨졌다. 자신들이 '힘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한국 축구에 의해서다. 포항 스틸러스는 3일 히로시마 빅아치 스타디움에서 가진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G조 3차전에서 한 수 위의 패스 플레이를 과시했다. 원터치 패스를 앞세운 플레이 속에 히로시마 수비진은 우왕좌왕 했다. 좁은 공간을 뚫고 들어가면서 찬스를 만들어 내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전반 17분 고무열~노병준~배천석으로 이어지는 4차례의 터치가 골로 이어지는 장면은 포항의 패스 플레이가 정점에 올랐음을 보여주고도 남는 것이었다. 이날경기 전 비가 내리면서 그라운드가 축축히 젖어 있었다. 패스 속도가 빨라질 수는 있으나, 힘 조절에는 애를 먹을 만했다. 하지만 포항은 개의치 않고 준비한 패스 플레이로 히로시마 수비라인을 공략했다. 일본 중계진조차 연신 탄성을 내지를 만큼 완벽한 패스 축구를 선보였다.

물론 패스 만으로 상대를 깰 수는 없는 법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전방 압박을 추가했다. 골키퍼가 볼을 잡는 순간부터 중앙수비수 두 명을 압박하면서 상대 패스 범위를 좁혔다. 히로시마는 실책을 연발하면서 후반 초반에는 추가 실점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해 22골로 J-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히로시마 공격수 사토 히사토는 단 한 개의 슛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일본 언론들은 경기 후 '포항의 거친 플레이에 당했다'고 애써 위안했지만, 누가봐도 포항표 패스와 압박이 지배했던 그라운드였다.

약점을 드러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저하되면서 상대에 주도권을 넘겨줬다. 측면을 활용한 플레이에 수 차례 공간을 내주면서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라운드 환경 탓에 체력 소모가 다소 빨랐던 탓도 있지만, 앞선 경기에서 드러났던 체력적 우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선수 기용폭이 좁은 포항의 아킬레스건은 체력과 부상자 관리다. 황 감독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히로시마전 후반전에 드러난 모습은 포항이 승부처에서 템포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무너질 수도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 경기다. 황 감독이 경기 후 "100% 만족할 수만은 없다"고 말한 부분도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적지에서 지옥의 4월을 이겨낼 만한 자신감은 얻었다. 이제부터가 포항에겐 진정한 시험대가 될 지도 모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