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투아웃 이후에 실제로 경기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있어 생긴 말이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본다면 투아웃 이후에 당연히 수비쪽이 유리하고 공격쪽은 불리하다. '야구는 투아웃부터'라는 말은 공격쪽 입장에서 봤을 때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교훈을 담은 것이다.
투아웃 상황이 그냥 2사가 아닌 2사에 주자가 없는 경우라면 '야구는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조금 어색해 진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를 뒤집은 일이 일어났다. 3월 30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넥센전 때 KIA가 그랬다.
이날 KIA는 3회부터 7회까지 5이닝 연속으로 총 10득점을 기록했다. 필자는 '역시 올해는 KIA 타선이 강하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록지를 확인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KIA의 득점이 모두 2사 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2사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연속 이닝 득점 기록'의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필자는 경기가 끝난 뒤 일본의 신문사에 전화를 했다. 신문사쪽에서는 "공식기록에는 그런 항목은 없다. 기록을 찾아 보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2사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점수를 뽑는 게 어느 정도 어려운 지를 확인해 보려고 지난 시즌 KIA의 타격 기록을 모두 찾아봤다. 지난해 KIA가 2사후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득점한 것은 133경기, 1188이닝 중에서 27회에 불과했다. 한 시즌에 나올 확률이 약 2.3%였다. 또 이런 상황에서 한 경기에서 두번 이상 득점한 경우는 9월 26일 삼성전 딱 한번 뿐이었다. 그런데 KIA 타선은 이번 개막전에서 5이닝 연속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27번의 상황을 확인해보니 2사후에 타자가 4사구로 출루한 게 10번이었다. 반면 홈런으로 바로 점수를 뽑은 것은 6번이었다. 수비팀은 2사라고 해도 4사구를 허용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개막전에서도 KIA는 5번의 2사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3번이나 4사구로 찬스를 만들었다.
필자가 다음날 대구에서 삼성과 두산의 선수, 코치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대부분 "올해 KIA 타선이 무섭다"고 했다. 투수가 유리한 2사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4사구를 허용하면 KIA 타선이 워낙 좋아 위험하다는 뜻이다.
이번 개막전을 통해 KIA 타선의 무서운 득점력을 확인했고, 동시에 한일 야구에서 '2사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연속 이닝 득점 기록'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무로이 마사야·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