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관계자들에게 롯데 자이언츠는 한 번 가 봤으면 하는 그런 희망의 팀이다. 박흥식 롯데 코치(51)도 그랬다. "부산 오면 욕도 많이 얻어먹지만 꼭 오고 싶었던 팀이다." 그는 지난해 넥센의 새 사령탑 염경엽 감독과 잘 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그런 상황에서 넥센에서 롯데로 옮긴 김시진 감독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 박 코치는 지난해 11월 11일 넥센의 양해를 구하고 롯데 타격코치로 이적했다. 그리고 채 10일이 지나지 않아 롯데 간판타자였던 홍성흔(두산)과 김주찬(KIA)이 팀을 떠났다. 롯데는 2년 연속으로 4번 타자 이대호(오릭스) 홍성흔을 연거푸 잃었다.
박 코치는 롯데로 오면서 좋아진 게 별로 없다. 연봉이 조금 올랐다. 대신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넥센에선 성적에 대한 부담 보다 선수 육성에 더 무게를 뒀다. 롯데에선 당장 성적을 내야 한다. 그런데 주전 두 명이 빠지고 대신 장성호가 한화에서 왔다. 누가 봐도 타선의 무게감이 뚝 떨어졌다. 대신 롯데는 마운드의 높이를 끌어올렸다. 팀의 무게중심이 방망이에서 마운드로 옮겨 갔다.
박 코치 입장에선 전쟁에 나가야 하는데 무기를 빼앗고 잘 싸워보라는 식이었다. 당시는 황당했다. 그는 국내야구 타격 분야에서 정상급 지도자로 통한다. 삼성 코치 시절엔 이승엽, 넥센 때는 박병호와 함께 했다. 둘 다 홈런으로 국내 1인자 자리에 올랐다. 잘 난 제자들 덕분에 박 코치는 유명세를 탔다.
그는 '소총부대'가 된 롯데가 잘 할 수 있는 걸 찾기 시작했다. 2010년 팀 홈런 185개를 쳤던 롯데는 잊었다. 한해에 홈런 20개 이상을 칠 선수가 포수 강민호 외에는 없었다. 10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도 몇 안 됐다.
그는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홈런 필요없다. 득점권 타율을 끌어올리자." 최근 몇년 동안 롯데는 화끈한 방망이를 자랑했다. 하지만 집단 무기력증에 자주 빠졌다.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고 놓고 무위에 그친 적도 많았다. 박코치는 득점권 타율이 3할은 돼야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봤다.
4번 타순에 전준우 김대우, 1번 타순에 황재균을 실험했다. 일단 실패로 끝났다. 전준우는 1번으로 돌아갔고, 김대우는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했다. 황재균은 원래 자리인 하위 타순으로 밀렸다. 4번에는 결국 강민호가 들어갔다. 넥센에 있었다면 좀더 기회를 주면서 실험했겠지만 롯데는 다르다.
전준우는 4번 타자에 어울리는 스윙 궤적을 그리지 못했다. 갖다 맞추기에 급급했다. 그래서 더 망가지기 전에 원래 자리로 돌려놨다. 황재균은 타석에 들어가면 칠 욕심이 앞서는 선수다. 그러다 보니 스트라이크가 아닌 나쁜 공에 손이 나갔고, 출루율이 떨어졌다. 투수 출신으로 2년전 타자로 전향한 김대우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였다. 그가 제2의 서건창이 될 것으로 봤던 루키 조홍석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박 코치 맘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롯데의 팀 컬러는 변했다. 큰 타구가 아닌 잔잔한 단타에 이은 도루 등으로 점수를 짜내야 한다. 그리고 불펜 투수들을 무더기로 쏟아부어 리드를 지켜야 한다. 박 코치는 "2명이 빠진 공백은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롯데 타선이 죽지 않았다.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차가 거의 없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