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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투고타저 예상', 타자들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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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2013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30일 전국 4개 구장(인천, 대구, 광주, 부산)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부산을 제외한 3개 구장은 모두 만원관중을 기록하며 올해도 변함없이 뜨거운 야구열기를 발산했다.

그런데 개막전 4경기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한가지 공통된 특이점이 나타났다. 바로 무섭게 폭발한 방망이의 힘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내놓은 '투고타저 현상'에 관한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날 전국에서는 타자들의 불방망이가 뿜어낸 포연으로 자욱했다.

▶프로 최초 한 경기 만루홈런 2개, 전국이 터졌다

당초 올 시즌 프로야구는 투수들이 득세하고, 타자들은 위축되는 '투고타저' 현상이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투고타저' 현상이 기승을 부린데다 특히 올해는 1990년 이후 23년만에 홀수구단 체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수들이 더 힘을 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시범경기에서도 이런 예측을 뒷받침할 만한 수치가 나왔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지난해(3.63)보다 0.15가 낮아진 3.48을 기록한 반면, 타율은 2할6푼1리에서 2할4푼8리로 떨어졌기 때문. 홈런 역시 지난해 시범경기에서는 경기당 1.0개가 나왔지만, 올해는 0.8개로 줄어들었다. 때문에 '투고타저'에 대한 전망은 한층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이런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 이날 인천(SK-LG)과 대구(삼성-두산) 광주(KIA-넥센) 부산(롯데-한화)에서는 총 54점이 쏟아져나왔다. 경기당 평균 13.5점 꼴. 특히 대구구장에서는 두산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에 만루홈런을 2개나 치는 등 전국적으로 7개(대구 3개, 광주 2개, 인천 2개)의 홈런이 터지면서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이날 만큼은 완전히 '타고투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던 셈이다.

▶타자들의 불망망이, 정규시즌 내내 이어질까

하지만 시즌 전체에 관한 경향성을 개막 4경기의 결과만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리다. 이날 '타고투저' 현상이 전국을 휩쓸었다고 해서 올 시즌 전체 분위기가 '타고투저'로 흐를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23년 만에 홀수구단 체제로 치러지는 올 시즌은 큰 틀에서 보면 분명히 투수에게 더 유리한 면이 큰 것이 사실이다. 8개 팀이 4경기를 치르면 반드시 1개 구단은 쉬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휴식 일정이 불규칙적으로 길어지게 되기 때문. 이 경우 분명 타자보다는 투수에게 유리하다. 실제로 과거 홀수구단 체제로 치러진 시즌에서는 투수들이 득세했다.

6개 구단에서 7개 구단체제로 막 바뀌었던 1986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리그 평균자책점이 3.48에서 3.08로 뚝 떨어졌고, 무려 6명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탄생했다. 이를 근거로 올해는 '20승 투수'가 탄생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따라서 이번 개막전은 다소 특이한 상황이었다고 해석하는 편이 보다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개막전에서 많은 점수가 난 상황도 몸이 덜 만들어진 선발투수들이 실투로 장타를 얻어맞거나 불펜진이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전년에 비해 개막이 빨라진 점도 개막전에 나선 투수들에게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시즌이 진행될수록 보다 '투고타저'형으로 리그가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