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에게 밥주걱은 때때로 '애물단지'가 되곤 한다. 밥솥에서 밥을 푼 뒤에는 주걱에 밥풀이 남아있는 데다, 주방 내에 둘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개발된 주걱이 있다. 한국도자기리빙의 주방용품 브랜드인 리한(LIHAN)에서 개발한 '오뚝이 주걱'이다.
이 주걱의 표면돌기는 엠보싱 위에 한번 더 에칭처리를 한 더블엠보싱 공법으로 제작돼 밥알이 달라붙지 않는다. 또 주걱의 손잡이 부분에 오뚝이의 원리인 추를 이용해 주방 어디에 놓아도 넘어지지 않는 게 장점이다. '세워져야 주걱'이라는 컨셉트로 개발됐다.
▶오뚝이 주걱, 월 1만개 판매
이 오뚝이 주걱은 지난해 3월 출시된 이후 매월 1만개씩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도자기리빙에서 판매 중인 '멀티 타진' 찜기도 요즘 주부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제품이다. 물이 부족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 재료의 수분을 살리기 위해 고안된 타진냄비를 한국인의 식생활에 맞춰 새롭게 탄생했다. 이 냄비는 아주 적은 수분으로도 조리를 할 수 있도록 재료 자체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뚜껑의 상부에 닿으면 수분으로 변해 뚜껑 내측을 타고 식재료로 되돌아오게 설계됐다. 이 요리법은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한 것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의 컨셉트는 '재료의 수분을 잘 살려야 찜기다'이다.
리한 브랜드의 에어포트(Air-Pot) 또한 스테디 셀러 냄비다. 이 냄비는 비행기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최고의 항공기용 합금소재로 제작됐다. 금속 표면에 산화피막을 형성해 탄탄한 강도와 내마모성 등을 자랑한다.
한국도자기리빙의 김영목 대표(48)는 "우리 회사는 단순히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주방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제품마다 철학이 담겨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 전통적으로 투박했던 뚝배기 제품에는 본차이나 뚜껑을 써 고급스런 이미지를 더했다.
한국도자기 부사장을 겸하고 있는 김 대표는 한국도자기 김동수 회장의 차남이다. 미국 루이스앤클라크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워싱턴대에서 이 분야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욕대에서 미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부친의 부름으로 1992년 한국도자기에 입사했다.
그는 한국도자기 재직 중 2003년 명품 브랜드인 '프라우나'를 론칭했다. 한국도자기는 이 브랜드로 영국 해러즈백화점과 미국 블루밍데일스 등에 입점하며 세계적인 명품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재미있고 즐겁게 일하자"
그런 김 대표가 2004년 한국도자기의 한 부서 형태로 한국도자기리빙을 설립했다. 단순히 가업을 이어가는 데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해보겠다는 의지였다. 김 대표는 그 즈음 경영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고려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예술과 경영을 접목시킬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셈이다.
사업 첫해 한국도자기리빙의 매출액은 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디자인 뿐만 아니라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이 회사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김대표는 "우리 회사에는 품질에 관한 한 완벽을 추구하는 한국도자기의 DNA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도자기리빙의 직원은 총 22명. 김 대표는 제품 제작은 외부업체에 맡기는 운영방식을 택하면서 적은 인원으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디자인과 마케팅, 유통만 직접 컨트롤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카페를 개설해 직원들의 고민사항을 나누고 동료들이 잘 되기를 서로 진심으로 성원해주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대표는 매주 일요일 교회에서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직원 개개인이 잘 될 수 있도록 기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와 직원들이 한 가족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재미있고 즐겁게 일해야 한다는 경영철학도 갖고 있다. 그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들에게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자기리빙은 올해 영국에 수출도 시작한다. 과연 이 기업이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지 관련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