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하려면 '4월 보릿고개'를 넘어라.
올해 시범경기를 통해 KIA는 투타에 걸쳐 막강한 전력을 뽐내며 1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이 KIA를 우승 후보군에서 가장 먼저 손꼽고 있다. 삼성의 3연패 도전을 저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말도 들린다. 선동열 감독도 "올해는 일을 한 번 내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의 평가나 전망이 늘 현실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언제나 변수라는 것이 있고, 또 시범경기는 각 팀이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시범경기에 1위를 하고도 정작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KIA도 지난 2008년에 시범경기 1위를 했다가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정작 6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시즌에 KIA가 5년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시즌 초반인 4월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 것이다. 정규시즌이 막 시작된 초봄에 힘겨운 시기를 겪는다는 점에서 과거 어려운 시절 춘궁기를 뜻하는 '보릿고개'라는 표현을 빌려올 수 있겠다.
KIA가 4월 초반을 잘 넘겨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는 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막강한 선발진이 한동안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스템 자체는 막강하지만 워밍업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 두 명의 핵심요소, 즉 윤석민과 김진우가 초반 로테이션에 들어오지 못해서다.
이들은 어깨 통증으로 인해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 감독도 한때 큰 걱정을 한 적도 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준섭이나 박경태 등을 준비시켰지만, 아무래도 윤석민과 김진우 만큼의 위력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윤석민과 김진우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예상보다 1~2주 가량 회복 진행 속도가 빨라진 덕분에 이미 불펜 투구를 시작했다. 게다가 김진우는 27일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실전 감각을 조율할 예정.
하지만 아무리 페이스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는 해도 최소한 한 두 차례는 로테이션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4월 초순까지는 이들 두 명을 다 못쓰거나 한 명만 쓸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KIA는 막강 선발진의 위력이 반감할 수 밖에 없다. 자칫 이런 분위기에서 초반 승률 유지에 실패해 연패에 빠진다면 전체 시즌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
또 하나 4월 초반 연착륙이 중요한 이유는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에서 찾을 수 있다. 대다수의 타자들은 정규시즌 개막 초에 가장 좋은 타격감을 만들기 위해 시범경기에서는 일부러 타격감을 떨어트린다. 처음부터 너무 잘 치면 상대의 견제도 늘어나고, 또 체력적으로도 오버페이스를 할 수 있기 때문.
그런데 KIA 타선은 시범경기에서부터 펑펑 터졌다. 이로 인해 자칫 정규시즌 초반 부진에 빠질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더불어 시범경기에서 늘 낮게임만 치르다가 정규시즌 저녁게임을 할 때가 되면 생체 리듬이 흔들릴 수도 있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프로 선수들에게는 작은 차이도 큰 결과로 돌아오곤 한다.
그래서 선 감독 역시 "4월 초반 5할 승률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비책도 강구하고 있다. 선발진에서는 임준섭이 출전 준비를 마쳤고, 또 27일 한화 연습경기에 김진우를 투입해 실전 등판연습을 시킨다. 또한 이날 연습경기 시간을 일부러 저녁경기 시간대로 맞춰 타자들이 시즌 개막 직전 리듬을 맞출 수 있도록 준비했다. KIA가 4월 초반의 위기를 넘기고 우승을 향해 순항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