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희수-정우람, 두산 홍상삼-프록터, 삼성 안지만-오승환. 지난해 대표적인 필승 불펜조들이다.
삼성과 SK는 정규시즌 1,2위로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고, 두산은 3위에 올랐다. 강력한 불펜은 강팀의 필수조건이다. 한화는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필승 불펜조가 없었던 것이 경기 후반 게임을 어렵게 만들었다. 확실한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를 갖추지 못했다. 이번 시즌 필승 불펜조를 가동해야 하는 이유다. 일찌감치 보직은 정해졌다. 송창식-안승민 듀오가 뒷문을 책임지게 된다. 시범경기에서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23일 대전에서 열린 롯데전. 한화는 2-1로 앞선 7회 송창식과 안승민, 필승 불펜조를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송창식은 7회초 2사 1,2루서 등판해 전준우를 유격수플라이로 처리하며 불을 끈 뒤 8회초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송창식은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볼넷 1개를 내줬을 뿐, 무안타 무실점으로 게임을 마무리했다.
이날까지 송창식은 5경기에 등판해 1구원승 2홀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안승민은 6게임에서 3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의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특히 송창식은 시범경기 초반 난조를 보였으나, 최근 3경기 연속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갔다. 김응용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불만은 나타내지 않고 있다. 워낙 전력상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송창식-안승민 필승조에 대한 믿음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두 투수 모두 페이스가 비교적 늦게 올랐다. 연습경기에 송창식은 1경기, 안승민은 2경기에 나갔을 뿐이다. 급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도 여유를 가졌다. 그러나 시범경기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컨디션 찾기에 나선 것이 막판 효과를 내고 있다.
사실 한화 불펜진 가운데 두 선수보다 경험과 구위 면에서 돋보이는 투수는 없다. 한화는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를 마무리로 쓰다가 부진이 이어지자 후반기에 선발로 보직을 바꿔버렸다. 이후 송창식-안승민 불펜조가 가동된 것이다. 김 감독과 송진우 투수코치는 지난해 마무리 훈련 때부터 두 선수를 필승조로 분류해 관리에 들어갔다. 특히 송창식은 안승민이 부진하거나 전력에서 빠질 경우 대신 마무리를 맡을 후보로도 꼽힌다.
최근 한화가 제대로 된 셋업맨-마무리를 가동한 것은 지난 2006~2007년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마무리 구대성에 필승 중간계투로 권준헌 최영필 안영명 등이 활약했다. 2008년에는 외국인 투수 토마스가 뒷문을 맡았지만, 셋업맨 진용은 전혀 돋보이지 못했다. 한화가 추락하기 시작한 해가 바로 2008년이다. 3년 연속(2005~2006년)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았던 한화는 2008년 5위로 떨어진 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위 1번, 최하위 3번을 기록했다. 믿을만한 셋업맨-마무리 조합을 발굴하지 못한게 장기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다.
이제는 정답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상과 부담다. 두 투수에게 많은 부담이 쏠릴 경우 시즌 중반 넘어서면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김 감독은 "승률 5할이 목표인데, 시즌 초반 처지면 안된다"고 했다. 두 투수가 시즌 시작부터 바빠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