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목동 넥센-SK전 2회말 무사 1루. 내야안타를 치고 나간 넥센 이성열이 6번 박동원 타석 때 2루 도루를 감행했다. 그런데 SK 선발 채병용이 채 발을 들기도 전에 뛰었고 채병용이 곧바로 1루로 던져 2루로 달린 이성열을 아웃시켰다.
발도 빠르지 않은 이성열이 무리한 도루를 했다고 말하는 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은 올시즌 넥센 경기서 가끔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염경엽 감독의 뛰는 야구
염 감독은 지난해 3루 주루코치를 할 때 강정호와 박병호에게 20개 이상의 도루를 하게끔 만들었다. 발이 느린 둘이 20개의 도루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염 감독의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정호와 박병호는 상대 투수가 발을 들기 전에 뛰어 도루를 성공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 투수의 습성을 모두 파악해 견제를 하지 않고, 변화구를 던질 타이밍에 맞춰 도루를 하도록 사인을 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올해도 뛰는 야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 도루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리가 느린 선수도 도루를 감행하는 것은 상대 투수가 절대로 편하게 던지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 숨어있다. "상대가 대비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뛸 수는 없다"는 염 감독은 "중요한 것은 상대가 그것(도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강정호나 박병호가 뛰지 않는다면 투수는 퀵모션도 천천히 하면서 타자에게만 집중을 하고 던질 것이다. 그러나 강정호가 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30%는 주자에게 신경을 쓰지 않겠나"라고 한 염 감독은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직구 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실투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발이 느린 선수도 도루를 시도하는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발이 느린 선수가 발 빠른 선수와 같은 타이밍에 뛰어서는 살기 힘들다. 상대 투수의 투구 리듬을 파악해 발을 들기전에 뛰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이성열처럼 쉽게 간파돼 아웃될 수도 있다. 염 감독은 그런 것도 결국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성열이 뛰다가 아웃됐지만 전력분석을 하는 다른 팀들이 이성열도 도루를 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에 대비를 할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절대 상대가 편안하게 수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첫 4강을 노리는 넥센의 숨겨진 무기다. 목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