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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의 여유, 서정원 투지에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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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2013년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의 상대는 포항 스틸러스였다. 이 경기 전까지 수원은 포항에 3연패 중이었다. 지난해 첫 맞대결을 2대0 완승으로 마무리 한 뒤 세 번 내리 고개를 숙였다. 2012년 7월 1일 원정 0대5 참패는 수원이 최대 라이벌 FC서울에 우승을 넘겨주는 빌미가 됐다. 지난해 12월 수원 지휘봉을 잡은 서 감독은 당시 첫 인터뷰에서 "우리는 포항에 빚을 졌다. 포항을 꼭 한 번 이겨보고 싶다"고 칼을 갈았다.

▶절치부심 서정원 "준비는 끝났다"

안방에서 갖는 올 시즌 첫 대결이 긴장될 만 했다. 서 감독은 포항을 넘겠다고 다짐했다. 포항의 패스 축구를 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공격이었다. "수비만 잘 하는게 능사가 아니다. 지난해 포항과 치른 경기를 분석해보니 우리가 실수로 내준 골이 많았다. 나와 선수들 모두 준비를 잘 했다." 대표팀 10년 지기 황선홍 감독에 대해서는 "대표팀에서 오래 생활을 해서 서로를 잘 안다. 본 받을 점이 많은 지도자"라며 추켜 세우면서도 승부욕을 감추지 않았다.

수원은 이날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통증으로 강원전 전반 막판에 교체된 정대세가 출전하지 못했다. 귀저우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 결장이었다. 정대세는 앞선 리그 두 경기서 공격의 핵심 역할을 했다. 대체자는 라돈치치였다. 지난해 기대 이하의 활약을 했지만, 올 시즌 정대세와의 경쟁을 통해 다시 투지를 끌어 올렸다. 서 감독은 "충분히 제 몫을 해줄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선홍 "우리는 포항이다"

도전을 받는 입장이었던 황 감독은 차분했다. 긴장감은 없었다. 라커룸 한 켠에 서 있는 화이트보드에 이제는 전매특허가 된 '우리는 포항이다'라는 글귀를 적어놓았을 뿐이다. '자신감'이라는 한 단어를 추가했다. 황 감독은 "우리가 (수원에) 3연패를 했다면 아마 똑같이 죽기살기로 준비를 했을 것"이라며 "상대는 패스도 좋지만 힘이 좋은 팀이다. 힘으로 밀어 붙이는 경기에 말려들지 않으면 된다"고 대비책을 밝혔다.

▶골대 불은 '포항은 웃고, 수원은 울고'

수원은 경기 시작 9분 만에 김두현의 부상이라는 변수가 나왔다. 패스 라인이 붕괴되면서 흐름은 포항 쪽으로 넘어왔다. 포항은 10여분 사이에 두 골을 몰아치며 점수차를 벌렸다. 포항은 전반 막판 조찬호가 2번이나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골대 불운에 운 쪽은 수원이었다. 후반전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포항 골문을 열지 못했다. 포항 골키퍼 신화용의 신들린 선방이 이어졌고, 골대가 더 야속했다. 라돈치치가 날린 두 번의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왔다. 조동건의 슛은 수비수를 맞고 굴절, 골문을 향했으나 역시 크로스바에 막혔다. 결과는 포항의 2대0 완승으로 마무리 됐다.

한바탕 맞대결을 펼친 10년 지기는 담담했다. 서 감독은 "김두현의 부상으로 문제가 생겼다. 중원에서 밀린 게 패인"이라며 "상대도 그렇지만, 이상하게 골대를 많이 맞췄다(웃음). 선수들이 제 몫을 다 해줬고 긍정적인 면을 봤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후반전 수세에 몰리기는 했으나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잘 해줬다"면서도 "아직 시즌 초반일 뿐이기 때문에 판단하기는 힘들다. 흐름을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