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대어를 낚았다.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을 먼저 챙겼다. 정규리그 3위 대한항공은 17일 천안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2위 현대캐피탈과의 원정경기서 외국인 선수 마틴의 폭발적인 공격력을 앞세워 세트스코어 3대2(25-23, 24-26, 22-25, 26-24, 15-12)로 승리했다.
정규시즌 6차례 맞대결서 3승3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양팀답게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이 매 세트 펼쳐졌다.
천안팬들이 현대캐피탈을 일방적으로 응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귀중한 첫 승을 얻었다. 이제 남은 경기서 1승을 더 추가하면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게 된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1세트를 내줬지만 이후 2,3세트를 따내며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경기 중반부터 공격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홈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승부처는 4세트였다. 세트스코어 1-2로 몰린 대한항공은 점수도 밀려 있었다. 11-14에서 현대캐피탈의 쌍포인 문성민과 가스파리니의 공격을 연속해서 블로킹을 잡아내면서 13-14까지 따라붙었다. 문성민과 가스파리니의 공격 타점이 앞선 세트와 비교해 뚝 떨어졌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 대행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때부터 이영택, 하경민을 앞세운 센터진을 활용해 블로킹벽을 두텁게 쌓았다. 현대캐피탈의 1차 공격을 센터들이 바운딩 시킨 뒤 김학민과 마틴이 불을 뿜으며 듀스까지 몰고 갔다. 마틴의 스파이크와 상대 실책을 이용해 대한항공은 극적으로 4세트를 따냈다. 5세트엔 오히려 대한항공이 경기를 주도하면서 승리했다.
단기전에선 어쩔 수 없이 확률 높은 공격 루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양 팀 모두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는 높았다. 세터들은 공격의 80% 이상을 외국인 선수에게 맡겼다.
대한항공 마틴(43득점)과 현대캐피탈 가스파리니(46득점) 모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러나 가스파라니는 무려 15개의 범실을 범하며 자멸했다. 마틴의 범실은 8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현대캐피탈은 초반부터 가스파리니에게 집중적으로 공격을 맡겼다. 정작 중요한 승부처인 4세트 이후부터는 체력 문제로 범실이 속출했다. 반면 마틴은 4세트부터 폭발했다. 여기서 승부는 갈렸다.
경기 후 김 대행은 "상대가 범실을 쏟아내고 결정적인 순간 마틴이 잘 때려준 덕분에 이겼다"고 평가했다.현대캐피탈의 가스파리니가 4세트 들어 체력이 떨어진 틈을 파고들어 역전승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각선으로 때리는 가스파리니의 스파이크 각도가 완만해지면서 블로킹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적지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겨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눈앞에 둔 김 대행은 "19일 인천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반드시 끝내야 한다"며 결의를 보였다.
홈에서 다 잡은 경기를 내주고 벼랑에 몰린 현대캐피탈은 19일 오후 7시 인천도원시립체육관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해야만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패장'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4세트에서 앞서갔음에도 경기를 끝내지 못했고 마틴을 못 막아 패했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마틴에게 공격이 집중됐지만 우리 블로커들이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2차전에선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천안=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