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이 화제다. 13일 NC전 선발 5이닝 무실점 호투. 시즌을 앞둔 LG의 가장 큰 고민은 토종 선발진 구성이다. 후보 중 하나인 '씩씩맨' 임찬규가 바로 전날 살짝 불안감(NC전 선발 3이닝 4실점)을 노출했다. 그래서 더 오롯하게 느껴졌던 우규민의 호투.
만약 그가 풀타임 선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캠프 탈락자'의 반전이다. 시계를 두달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1월7일. LG는 잠실구장 보조경기장에서 체력테스트를 실시했다. 4㎞를 20분 내에 들어와야하는 미션. 탈락자가 나왔다. 우규민과 이동현이었다. 우규민은 단 20초 차로 탈락했다. 선발 후보 내정자. 바로 다음날인 8일 사이판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었다. 김기태 감독의 마음이 편할리 없었다.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기준(4㎞ 20분)이 너무 가혹한걸까요? 큰 차이 안 나는데 한번 봐줄까요?" 물론 농담이었다. 하지만 안타까움이 스며 있었다. 김 감독은 두 선수를 진심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체력 테스트를 대비해 미리 운동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결코 힘든 기준이 아니지만 워낙 장거리를 못 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원칙을 버릴 수는 없었다. "대단한 수치가 아니지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 LG가 정신적으로 극복해야 할 마지막 고비가 아니겠는가." 이 말을 남기고는 원칙대로 했다. 우규민은 사이판 대신 진주를 향해 짐을 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사이판에 멀리 진주발 보고가 날아들었다. 긍정 평가 일색이었다. 역경은 반드시 힘든 결과만을 낳는 건 아니다. 우규민은 몸을 지치게 함으로써 힘든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다. 홀로 남겨졌지만 올 시즌을 위한 선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갔다. 남겨진 자의 절박함은 스스로 몸을 많이 움직이게 했다. 외롭고 힘들었지만 헛된 땀방울은 없는 법. 꽃피는 봄날, 잘 쌓여진 선물 포장지처럼 설렘 속에 개봉이 임박했다. "투구수를 늘리고 선발 등판 간격에 맞춰 준비해왔습니다. 빠른 승부로 맞춰잡는 스타일이라 밸런스와 릴리스 포인트를 일관되게 가져가는 데 역점을 두고 훈련했습니다. 체력테스트 기준이요? 당연히 제가 그 기준에 맞추도록 노력해야죠."
지난해 체력테스트에 탈락해 국내에 남았던 유원상은 동토에서 꽃을 피웠다. 시련을 이겨내고 LG 불펜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캠프 탈락자의 대반전. 이번에는 우규민 차례일까. 일단 출발은 산뜻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