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흥미 넘치는 K-리그 클래식, 수비축구가 사라졌다

by

골키퍼는 죽을 맛이다.

국가대표 김영광(울산)은 '가랑이 굴욕'에 울었다. 박희도(전북)의 슛을 빠뜨렸다. 김용대(서울)는 이석현(인천)의 중거리 슛을 잡다 놓쳤다. 뒤이어 믿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앞에 떨어진 볼은 회전이 걸려 그대로 오른쪽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둘다 K-리그 클래식의 정상급 수문장이다.

지난해 부산발 '질식수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위권 팀들에게도 수비축구가 흐름이었다. 그러나 '잠그는 축구'에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14개팀으로 축소된 2013년 K-리그 클래식, 달라졌다. 지난해 최소 실점(40골)을 자랑한 김봉길 인천 감독은 "더 이상 우리를 방패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했다. 일례일 뿐이다.

흥미넘치는 공격축구의 시대가 도래했다. 1, 2라운드 14경기에서 무려 36골(자책골 1골 포함)이 터졌다. 경기당 평균 2.57골이 나왔다. 역시 축구의 매력은 골이다. 골문이 열리는 순간 관중들은 물론 시청자도 흥분한다. 득점없이 끝난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 그라운드는 골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전북과 포항은 5골, FC서울은 4골, 수원, 인천, 울산은 각각 3골을 기록 중이다. 무득점은 단 한 팀도 없다.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득점왕에 오른 데얀(서울)과 탈환을 노리는 이동국(전북·이상 1골)은 개막전에서 이미 포문을 열었다. 포항의 조찬호와 레오나르도(전북)는 2골씩을 기록 중이다. 득점 루트도 다변화되고 있다. 33명이 골맛을 봤다. 도우미도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지난해 도움왕 몰리나(서울)는 벌써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휘슬이 울리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누가, 언제, 어떻게 골을 넣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색깔은 다르지만 각 구단의 모토도 공격 일변도다.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과 서울은 '무공해(무조건 공격해)'는 이미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특히 서울은 윤일록이 부상하기전까지 4-3-3 시스템을 접고 4-4-2를 꺼내들며 업그레이드 된 공격축구를 구사했다.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서정원 감독은 '스마트(SMART) 축구'를 제시했다. Speed(속도·빠른 볼전개), Movement(움직임·공간 창출), Attack(공격·퍼스트 터치부터 공격적으로 전개), Rock & Roll(록큰롤·훈련도, 경기도 신명나게), Thinking(창의·생각하는 축구), 5개 단어의 첫 번째 알파벳을 따 완성했다. 울산의 '철퇴'는 '맞불 축구'로 보폭을 넓혔다. 포항과 인천은 측면을 활용한 빠른 경기 운영으로, 제주는 짜임새 넘치는 중원 공격으로, 부산, 성남, 강원, 경남 등도 공격축구로 해법을 찾고 있다.

처절한 생존경쟁이 반영됐다. 올해는 1, 2부리그 승강제 원년이다. 클래식에는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이 재도입된다. 14개팀이 26경기를 치른 뒤 상위 7개팀과 하위 7개팀으로 나뉘어진다. 두 개의 리그로 분리된다. 1~7위와 8~14위팀간에 홈앤드어웨이로 12경기를 더 치른다. 그룹 B의 13, 14위는 2부로 강등되고, 12위는 2부 리그 1위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2부 강등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그룹A에 살아남아야 한다. 예상과 달리 중하위권 팀들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 승점 1점(무승부)이 아닌 3점(승리)에 도박을 걸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 한다. 막기만 해서는 답이 없다. 공격축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이유다.

팬들은 즐겁다. 관심으로 화답하고 있다. 9일과 10일 열린 2라운드 7경기에 총 12만8056명(경기당 평균 1만8294명)이 입장했다. 1라운드(평균 1만1661명) 대비 57% 대폭 증가했다. 지난 시즌 2라운드 평균관중(9948명) 대비 84% 증가했다.

수비축구가 사라졌다. 공격축구가 지배하는 그라운드는 박진감이 넘친다. K-리그 클래식의 화끈한 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