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단디축구' 부산의 젊은 피, '단디'하라

by

3개월의 허니문은 달콤했다.

부산 선수들은 겨우내 윤성효 감독의 자율 리더십으로 다시 태어났다. 윤 감독은 팀 컬러부터 선수단 분위기까지 모조리 바꿔버렸다. '질식수비'는 화끈한 공격축구로 변모했다. 굳어있던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사실 동계 전지훈련 기간은 혼란기였다. 선수들은 180도 달라진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서로 눈치만 봤다. '정말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즐겨도 되는건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지난 2년간의 습관을 한 번에 바꾸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수들은 점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윤 감독의 리더십을 받아들였다. 윤 감독은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클럽하우스 밖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마음이 편해야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 윤 감독의 배려였다. 이 모든 변화는 결국 좋은 성적을 위한 필수 선택이었다.

K-리그 클래식의 문이 열리고 두 경기가 펼쳐졌다. 부산은 1무1패(승점 1)를 기록, 성남을 비롯해 강원, 대구와 함께 공동 9위에 랭크돼 있다. 3일 개막전에선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수적 우세에다 2-0으로 앞섰지만, 결국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2대2로 비겼다. 10일 경남전(0대1 패)은 실망, 그 자체였다. 승리를 향한 투지와 의지가 실종된 듯 보였다. 약속된 미드필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격도 우왕좌왕했다. 습관도 무서웠다. 수비시 중원 자원들이 너무 수비 쪽으로 내려서면서 최전방 공격수와의 간극이 벌어졌다. 윤성효표 '단디축구'의 핵심인 빠른 공수전환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빠른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시즌 초반 부진을 끊어내기 위해선 선수들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가장 먼저 선수들은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윤 감독의 배려로 생활이 편해졌다고 해서 그라운드에서도 안일하면 안된다. '방종'이 되면 안된다는 말이다. 자율과 방종은 한끗 차이다.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선수들이 누리는 자유의 정도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주장 박용호도 태국 전훈 당시 이 부분을 걱정했었다. 그는 "젊은 선수들에게 '잘해줄 때 잘해라',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감독님이 우리를 믿어주시는데 훈련할 때 똑바로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실함을 강조했었다. 그는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 감이 없는 것 같다. 올시즌 세 팀이 강등될 수 있다. 성적을 공유하고 다같이 헤쳐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같이 직장을 잃는다.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 고참선수들은 안다. 그러나 실정을 모르는 선수들이 있는 것 같다. 책임감에 대한 미숙한 부분을 강조해 끌고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할 때다. 부산의 주전선수들은 젊은 피로 구성돼 있다. 박종우 이범영 유지노 이경렬 임상협 이종원 등은 1988~1989년생이다. 아직 한창 발전해야 할 단계에 서 있는 선수들이다. 팀에서 주전으로 뛴다고 '최고'가 아니다. K-리그 클래식에선 무명에 가깝다. 물론 지난시즌 가치를 끌어올려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도 있다. 스타덤에 오른 선수들도 소수다. 그러나 이런 선수들조차도 '최고'라 말할 수 없다. 스타 플레이어라면 좀 더 고개를 숙여야 한다. 팀에 대한 헌신이 강조된다. 결국 선수 가치를 인정받는 무대는 K-리그요, 부산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부산에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

'단디축구'는 부산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 이름답게 부산 선수들은 '단디(똑바로)'해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