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인 신상 토크쇼가 많다. 하지만 아직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토크쇼는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기존 토크쇼들이 부진한 가운데 신상 토크쇼들도 새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토크쇼 수난 시대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토크쇼, 10%만 넘으면 대박?
가장 큰 충격을 준 소식은 역시 MBC '토크클럽 배우들'(이하 배우들)의 폐지다. '배우들'은 무술감독 정두홍과 액션스타 황정리, 제국의 아이들 동준이 출연한 4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출연진에게 일방적으로 폐지를 통보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와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방송 내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무시 못할 사실이다. 단 7회만에 종영하는 것이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배우들'은 마지막 방송에서도 시청률 3.9%(이하 닐슨코리아)에 머물며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강호동의 KBS 컴백작인 KBS2 '달빛 프린스'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12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된다. 폐지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5일에도 '달빛 프린스'는 시청률 4.8%로 부진했다. 강호동이 MC를 맡고 있는 SBS '스타킹'이 토요일 동시간대 1위를 다투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성적이다. MBC '무릎팍 도사' 역시 지난 달 28일 방송에 청룽(성룡)이 출연했음에도 시청률이 7.2%에 머물러, 예전의 힘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형돈과 데프콘이 출연한 7일 방송은 5.1%에 불과했다.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는 지난 달 26일 방송에서 시청률 8.5%를 기록했지만 1주일 만에 6.3%로 하락했다.
기존 토크쇼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KBS2 '해피투게더3' 역시 10%를 넘지 못하며 게스트에 따라 큰 기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가장 호응을 얻고 있는 토크쇼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와 MBC '라디오스타'다. 이들은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연예인 신변잡기가 답이다?
새 토크쇼가 등장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연예인 신변잡기 위주의 토크를 자제한다'는 말이다. 지난 달 19일 첫 방송된 '화신'은 신변잡기식 토크 주제보단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생활 밀착형 주제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준비해 시청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토크쇼를 표방했다. '달빛 프린스' 역시 기존의 신변잡기식 토크에 일관되어 온 토크쇼에서 벗어나 책을 이야기하고, 게스트와 MC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도 손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변잡기의 대안으로 '배우들'은 영화를, '달빛 프린스'는 책을 매개체로 삼았다. '무릎팍도사'는 정우성, 워쇼스키 남매,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를 내세우며 게스트 특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달빛 프린스'는 게스트가 골라온 책이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토크쇼에서 책이라는 한정적인 소재로만 토크를 펼쳐야 하는 점이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평이다. 물론 게스트 섭외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배우들'이 택한 영화라는 소재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무조건 연예인 신변잡기를 지양하는 것이 답인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무릎팍도사'의 경우 잠정 은퇴 전보다 강호동의 질문 수위가 많이 낮아졌다는 평이 많다. 센 질문의 대명사였던 '무릎팍 도사'가 착해졌다는 것이다"라며 "요즘 인기 있는 '힐링캠프'나 '라디오스타'는 그렇게 다른 토크쇼가 지양하고자 하는 연예인 신변잡기를 마구 털어놓는 토크쇼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토크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변잡기(身邊雜記)'란 자기 한 몸이 처해 있는 주위에서 일상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적는 것을 말한다. 과연 이 신변잡기를 피해간다는 것이 답일까 하는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