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한파에도 프로야구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지난 9일부터 대구와 창원, 부산, 광주 등 전국 4개 구장에서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시범경기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는 정규시즌을 대비한 마지막 리허설과 같은 무대다.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했던 여러 전술을 실전에서 시험해보고, 기대주에 대한 평가도 최종적으로 내릴 수 있는 기회다. 선수들도 해외 전지훈련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서서히 풀어내게 된다. 만약 신인이나 그간 주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라면 1군 진입을 위한 마지막 찬스라고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시범경기는 정규시즌 흥행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 겨우내 야구에 굶주렸던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들을 다시 그라운드에서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다. 그래서 시범경기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지를 두고 그해 정규시즌의 성패를 전망해볼 수도 있다.
그런데 올해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야구계 인사들은 걱정부터 쏟아냈다. 제3회 WBC에서 한국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것이 혹여 프로야구 흥행에도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국제대회의 성적은 국내리그의 흥행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관중이 몰린 이유 중 하나는 2006 제1회 WBC 4강과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제2회 WBC 4강,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제대회에서의 성적부진은 관중 감소로 이어지곤 했다. 2003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이 대만에 발목이 잡히며 결국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뒤 2004년 정규시즌 총관중수가 감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3시즌 272만2801명이었던 총관중수는 2004시즌에는 233만1978명으로 약 4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때문에 이번 제3회 WBC의 성적부진이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시범경기 첫 날의 풍경은 이런 우려와는 무관하게 야구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집계에 따르면 시범경기 첫 날 입장관중은 대구 6000여명, 부산 9066명, 창원 5150명, 광주 5100명 등 전국적으로 총 2만5316명이었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정규시즌 홈경기 평균관중 8255명의 73% 수준에 달할 만큼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 뜨거운 '팬심'을 보여줬다.
비록 류중일 삼성 감독이 WBC 사령탑을 맡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지만, 대구 홈팬들은 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삼성 선수들에 대한 뜨거운 응원으로 야구장을 달궜다. 시범경기 첫 날 야구장을 찾은 대구 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WBC는 아쉽지만 이제 끝난 일이고, 지금부터는 다시 삼성 응원해야 안되겠습니까".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은 그만큼 깊고 단단하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