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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김인식 감독 "구단 이기주의부터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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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국야구가 산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을 대만 타이중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을 묻자,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기술위원장은 "구단 이기주의"를 먼저 이야기했다. KBO 기술위원장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지만, 김 위원장은 답답한 듯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국제대회 때는 프로구단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대표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면이 부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았지만 대표팀 구성에 프로구단의 협조가 미흡했다는 비판이다. 어느 대회보다 선수구성에 어려움이 컸던 대표팀이다. 이전 국제대회에서 주축선수 역할을 했던 좌완 투수 류현진(LA 다저스) 봉중근(LG) 김광현(SK)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대표선수로 뽑았는데 부상을 이유로 이탈한 선수가 속출했다. 지난 겨울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소속팀 적응을 위해 빠졌고,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 이적한 추신수 또한 소속팀 사정을 들어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분명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부상 등 선수 개개인마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일부 이탈 선수의 경우 구단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했다면 대표팀 합류가 가능했다고 보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선수 차출 과정에서 미묘하게 구단 입장을 우선시 하는 모습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빠진 선수를 보면서 새삼 소속팀의 허락을 받고 대표팀에 합류한 이대호(오릭스)가 고마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지금과 상황이 조금 달랐지만 2006년 대회 때는 현역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그만큼 대표팀에 대한 구단들의 관심이 크고 적극적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많이 가신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WBC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야구인이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2006년과 2009년 WBC 1,2회 대회 때 한국을 4강,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그의 '위대한 도전'은 값진 성과로 이어졌고, 한국야구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WBC에서의 선전은 국내 프로야구 부흥에 크게 기여했다. 이번 WBC 1라운드 탈락을 가장 안타깝게 지켜본 이도 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과도한 애국주의를 경계하면서도, 대표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림픽이나 WBC같은 국제대회 성적이 국내 프로야구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구단들이 대표팀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올림픽과 야구월드컵이 사라지면서 국제대회는 WBC와 아시안게임 정도만 남았다. 우리처럼 대표팀 성적이 국내 프로야구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체제에서는 모든 구단들이 대표팀 일은 내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네덜란드전도 그렇고, 대만전도 그렇고, 마운드를 조금 더 타이트하게 운영했어야 했다. 또 승패에만 신경을 쓰느라 바뀔 룰을 세세하게 신경쓰지 못한 면도 있었다. 네덜란드전 때는 1점이라도 더 뽑고, 1실점이라도 줄여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아쉬워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