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주역은 다름아닌 이승엽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간판 이승엽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 이승엽은 4일 열린 호주와의 1라운드 B조 경기에서 5타수 3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6대0 완승을 이끌었다. 초반 2루타 2개를 터뜨리며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승리 후 "지금은 별 느낌이 없다. 만약 내일 경기에서 승리를 결정지어 갈 수 있다면, 이 자리가 분명 의미가 있지만, 아직은 웃기에는 조금 이르다. 내일이 너무나 중요한 게임이다. 오늘 경기는 잊어버리고 대만 투수들을 연구해서 어떻게 해서든 6점차 이상으로 이기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이승엽은 "이번 대회가 나로서는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꼭 오고 싶었다. 어떻게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한 뒤 네덜란드전 패배후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지난 이틀간 패했다고 해서 동요하지는 않았다. 남은 2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똑같이 운동을 했고, 결과에 따라서 2라운드를 못가면 침체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남은 대만전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인터컨티넨털구장에는 한국에서 420명의 원정응원단이 왼쪽 관중석에서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이승엽은 "응원단이 당연히 도움이 된다. 선수로서 굉장히 감사할 일이며, 내일도 응원해 주시면 힘을 받아서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하루는 모든 국민이 한마음이 돼 경기를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타이중(대만)=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