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국민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 없는 세 가지는?

by

KBS 주말 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3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첫 전파를 탄 이 드라마는 약 5개월 동안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국민 드라마'라는 영광스러운 애칭도 얻었다. 그런데 '내 딸 서영이'엔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가 없었기 때문에 시청률 고공 행진도 이어갈 수 있었다. '국민 드라마'에 없는 세 가지가 뭘까?

▶쪽대본 없다

국내 드라마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날 찍어서 그날 방송에 내보내기 바쁘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빡빡한 촬영 스케줄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쪽대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배우 조승우는 공개석상에서 열악한 국내 드라마 촬영 여건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 수상 소감 도중 "무대에 서고 영화만 찍다가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 현장에 오게 됐는데 나는 잘 못하겠더라"며 "대본도 늦게 나오고, 밤도 새고. 빨리 이 작품을 잘 찍고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밝힌 것.

시간에 쫓겨 드라마를 쪽대본으로 찍어내다 보면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는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기도 힘들 터. 그런데 '내 딸 서영이'의 경우, 촬영을 진행하며 대본이 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 딸 서영이'에 출연 중인 한 배우의 매니저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대본이 항상 미리 나와 좋았다. 배우가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연기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라고 밝혔다.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내 딸 서영이'의 극본은 '검사 프린세스', '49일' 등의 극본을 쓴 소현경 작가가 맡았다.

▶존재감 없는 캐릭터 없다

'내 딸 서영이'는 주말 드라마다. 주말 드라마에선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미니시리즈에 비해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지게 된다. 한두 명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만 집중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주인공이다. '내 딸 서영이'에서도 이보영, 이상윤, 천호진, 박해진, 박정아, 최윤영 등 다양한 배우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졌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면 그 중 눈에 잘 띄지 않거나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등장인물이 생길 수도 있을 터. 하지만 '내 딸 서영이'에선 존재감 없는 캐릭터가 없었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관계된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모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한 명, 한 명이 높은 인기를 얻으며 향후 활동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해외 활동에 주력하던 박해진에게 '내 딸 서영이'는 3년 만의 복귀작이었다. 복귀작에서 '대박'을 터트리면서 앞으로의 국내 활동에 탄력을 받게 된 것. 성공적인 복귀 이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 연예 관계자들의 전언. 박해진은 오는 4월 중국 현지에서 드라마 촬영에 돌입하는 등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가수 출신인 박정아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도약을 노렸다. 그동안 연기와 흥행에서 "2%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내 딸 서영이'를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게 됐다. 또 2008년 데뷔한 최윤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했으며, 씨엔블루의 이정신과 AOA의 설현은 성공적인 연기자 신고식을 치렀다.

▶연장 없다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누리면 방송사 측에선 연장 방영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내 딸 서영이'의 전작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 역시 연장을 택했었다. 50부작으로 기획됐으나, 58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연장 방영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몇 회라도 더 볼 수 있고, 방송사는 좀 더 많은 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억지로 이야기를 늘리다 보면 스토리의 긴장감과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내 딸 서영이'는 연장 없이 드라마를 끝냈다. 애초 예정된 대로 3일 방송된 50회가 마지막회였다. 시청률이나 인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이야기에 진정성과 드라마의 완성도에 더 큰 비중을 뒀다는 얘기다. 연출을 맡은 유현기 PD의 말에서 이런 점을 느낄 수 있다.

유 PD는 "처음 작품에 들어갔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전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워낙 좋은 작품이고 시청자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시청률적인 측면보다는 작가님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하기를 바랐고 저 역시 진솔한 얘기를 전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고맙다"라고 전했다.

한편 '내 딸 서영이'의 후속으로는 '최고다 이순신'이 오는 9일부터 방송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뜻하지 않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 엄마와 막내딸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아이유, 조정석, 유인나, 손태영 등이 출연한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