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몬스터 담력' 류현진, 20승 투수 넘고 3선발 꿰찰까

by

한국 프로무대를 평정했던 그 배짱, 그대로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류현진(26)이 두둑한 배짱을 앞세운 안정적인 시범경기 투구로 선발로테이션 확정을 향해 뚜벅뚜벅 다가가고 있다. 경쟁자들이 시범경기에서 휘청거리는 모습과 대비되며 류현진의 배짱과 집중력이 한층 더 돋보이고 있다. 내친 김에 류현진은 시범경기 첫 선발에서 지난시즌 메이저리그 20승 투수인 제러드 위버와 일합을 겨루게 됐다. 이 경기에서도 호투한다면 선발 로테이션 진입은 거의 확정적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부진한 경쟁자들, 류현진이 더 돋보인다

현재 LA다저스에는 선발 후보군이 넘쳐나는 상태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를 비롯해 류현진 조시 베켓, 채드 빌링슬리,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하랑, 테드 릴리 등 총 8명이나 된다. 시범경기에서의 실전 투구내용을 갖고 서로 경쟁해 이 중 5명만 선발 로테이션에 남게된다. 그런데 이미 커쇼와 그레인키의 자리는 1, 2선발로 확정된 상황. 결과적으로는 류현진을 비롯한 6명의 선수가 남은 세 자리를 두고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생존률 50%의 험난한 경쟁 구도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아랑곳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팀의 타선 지원이 극도로 미약하더라도, 혹은 몸상태가 썩 좋지 않더라도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투구를 보여주던 '괴물'의 그 모습이 미국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경쟁자들은 부진했다. 흔히 하는 말로 '죽을 쒔다'고 할 정도다.

일단 류현진은 첫 단추를 잘 뀄다. 지난 25일(한국시각)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첫 등판한 류현진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6개의 공을 던져 9개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었고, 안타 1개만 허용했다. 성공적인 첫 출격이라 할 수 있다.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도 "매우 좋았다"고 할 정도였다. 비록 '레전드' 샌디 쿠펙스로부터 전수받은 커브가 밋밋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상대 톱타자 드웨인 웨이즈에게 2사후 3루타를 맞았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막아내는 장면도 연출해냈다.

한 경기의 투구만 가지고 시범경기 경쟁구도에서 '승자'라고 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류현진 역시 "겨우 한 경기를 했을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런데 이후 경쟁자들이 줄줄이 부진한 투구를 하면서 류현진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됐다.

빌링슬리와 카푸아노는 26일 시카고 컵스전에 나왔으나 각각 2이닝 5안타(1홈런) 2실점과 2이닝 3안타(2홈런) 4실점을 기록하며 극도의 부진을 기록했다. 또 하랑 역시 28일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로 나왔으나 2이닝 동안 5안타 1볼넷을 허용하며 4실점을 기록했다. 베켓만이 27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2이닝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을 뿐이다. 또 다른 후보인 릴리는 아직 등판 계획이 없다. 아무래도 어깨 부상을 당한 후 재활의 막바지에 있는만큼 보다 신중히 등판시기를 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릴리는 벌써 '건강함'에서 류현진에 뒤진다고 볼 수 있다.

LA다저스 코칭스태프가 '선발 채점표'를 만들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6명의 선발 후보군 중에서 베켓과 류현진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저스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거액을 들여 영입한 류현진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아예 제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몇 번째 선발로 나서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커쇼-그레인키에 이어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면 류현진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즌 출발이 된다.

▶막강 에인절스타선과 '20승 투수' 위버를 넘어라

이런 가운데 류현진의 시범경기 두 번째 상대가 결정됐다. LA다저스 구단이 2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3월 2일 LA에인절스전에서 류현진이 상대 에이스 제러드 위버(31)를 만난다고 발표했다. 그간 류현진의 등판 날짜와 상대팀은 결정됐으나 맞대결 투수는 발표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위버로 결정된 것이다.

막강한 상대다. 2006년 LA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위버는 지난해 20승(5패)을 달성하면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에인절스에서 7시즌 동안 102승52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류현진은 어떤 상대를 만나든 긴장하는 법이 없었다. 메이저리그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첫 시범경기 등판에서 안정적인 투구를 보였던 류현진이 이번에도 '20승 투수' 위버를 상대로 호투한다면 단숨에 자신의 가치를 '선발 채점표'의 선두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위버가 상대라는 점 말고도 이번 LA에인절스전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지난 시카고 화이트삭스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류현진이 선발로 나선다. 게다가 전보다 많은 3이닝 정도를 던지며 본격적으로 선발로서의 역량을 시험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의 모습을 통해 류현진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에인절스 타선의 도전과도 직면해야 한다. 에인절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팀타율 1위(0.274)를 기록한 막강 화력을 지녔다. 상대가 이 정도로 막강할 경우 오히려 그런 상대를 넘어섰을 때 얻는 것도 많다. 류현진이 이번에도 '괴물의 배짱'을 보여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