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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이사회, 그리고 감독까지 인정한 고의 패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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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돌아가고 있다. 더 이상 추락할 곳도, 떨어질 곳도 없는 KBL이 2012-2013시즌 들어 최악의 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비인기종목으로 추락한 KBL을 나락까지 떨어지게 만든 것은 바로 몇몇 팀들의 '고의적인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포기'다.

사실 이번 시즌에는 개막 전부터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았다. 창원 LG와 전주 KCC 등 2개 구단이 KBL이 정해 놓은 샐러리캡 최소 기준인 70%를 채우지 않고 시즌을 시작하면서 다가오는 신인 드래프트를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눈초리를 받았다.

특히 리그 일정이 후반기로 접어든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에는 아예 눈에 보이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려는 팀들이 나타나면서 KBL은 농구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워낙 그 정도가 심하다보니 지난 12일에는 한선교 총재가 직접적으로 KBL 운영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으며 오늘 25일에는 긴급 이사회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24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 원주 동부의 경기가 종료된 직후 KT의 전창진 감독은 충격적인 인터뷰를 남겼다. 전창진 감독은 이 날 KT에 패한 동부와 고의 패배에 대해 가장 큰 의혹을 받고 있는 LG를 언급하며 이 두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르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KBL 총재와 이사회가 몇몇 팀들의 고의 패배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을 한 데 이어 일선에 있는 역대 KBL 감독 최다승 2위인 전창진 감독까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언급하면서 이제 '고의 패배'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으로 남게 됐다.

특히 다른 사람도 아닌 프로 감독의 입에서 이러한 말이 나왔다는 점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것이 사실이다. KBL은 판이 워낙 좁고 지도자들끼리 서로에 대해 워낙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기를 치르다보면 상대팀이 최선을 다하는지, 안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팀이 일부러 패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다른 구단의 감독도 아닌 LG, 동부와 함께 고의 패배 논란의 중심에 있는 KT의 전창진 감독이 이러한 말을 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을 떠나서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분명 KBL 2012-2013시즌에 고의 패배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 스포츠 종목들에서 나온 승부조작, 경기조작 등과는 분명 다른 케이스지만 고의 패배 또한 분명 팬들을 우롱하는, 프로 리그를 무시하는 최악의 행위라 볼 수 있다.

리그 전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소속팀의 미래만을 생각하고 신인 드래프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서 멀어지려 하는 몇몇 팀들의 행태로 인해 KBL은 최악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번 시즌에는 6강 플레이오프의 마지막 자리인 6위 자리를 누가 극적으로 차지하게 될 지가 아닌, 누가 '억지로' 6위 자리를 차지하게 될 지에 관심이 모아질 정도다.

총재, 이사회, 그리고 감독까지도 인정한 고의 패배 논란. KBL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는 몇몇 팀들의 행태에 대해 이사회가 명확한 해결책을 내지 못한다면 KBL은 지금까지보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놓이게 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이사회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