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 쓰면 참 좋은 선수인데…."
올 겨울이적시장에서 박경훈 제주 감독의 영입 1순위는 윤빛가람이었다. 박 감독은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윤빛가람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보다 잘할 수 있는 선수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뛰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시였다. 박 감독은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윤빛가람과 함께 했다. 박 감독은 윤빛가람을 영입해 패싱축구에 정점을 찍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몸값에서 이견이 있었다. 성남에서 보여준 적응과정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윤빛가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 마침내 윤빛가람을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제주는 23일 윤빛가람 영입을 마무리지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산토스의 전격적인 중국 이적으로 윤빛가람 영입에 급물살을 탔다. 제주는 마무리 뿐만 아니라 패싱에서도 한축을 담당했던 산토스가 떠나며 전력에 큰 공백을 안게됐다. 곧바로 대구에서 뛰었던 레안드리뉴 영입을 노렸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울산과 임대계약이 만료된 마라냥 등과도 접촉했지만, 협상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 때마침 성남에서 2군으로 내려간 윤빛가람이 다시 레이더망에 걸렸다. 몸값은 자일과 산토스를 판 돈으로 충당했다. 결국 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인 윤빛가람의 제주행이 결정됐다.
관심은 '윤빛가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쏠린다. 기존의 한국스타일과 다른 윤빛가람의 스타일은 호불호가 갈린다. 감독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경기력의 기복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윤빛가람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감독의 품에 안긴 것은 호재다. 패싱축구를 하는 제주의 스타일도 윤빛가람에게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박 감독은 "패스가 좋은 윤빛가람의 가세로 더 세밀한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더 고민을 할 생각이다"고 했다.
당초 박 감독은 윤빛가람 영입을 추진하면서 최전방에 발빠른 공격수를 데려와 그의 스루패스 능력을 극대화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윤빛가람 영입이 여의치 않아 전방에서 볼을 소유할 수 있는 박기동을 데려왔다. 동계훈련을 통해 팀의 틀이 짜여진 상태에서 윤빛가람이 들어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제주에는 송진형이라는 걸출한 플레이메이커가 있어 둘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박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박 감독은 "같은 플레이메이커지만 송진형은 침투에 능한 스타일이다. 반면 윤빛가람은 보다 정적이지만 조율능력이 뛰어나다. 둘의 공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일단 윤빛가람과 윤빛가람 더블플레이메이커에 오승범 또는 권순형이 뒤를 받치는 역삼각형 형태의 미드필드 운용을 첫번째 대안으로 구상 중이다. 동계훈련에서 많은 골을 넣었던 공격적인 미드필더 안종훈을 밑에 윤빛가람과 송진형을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미드필더)로 내세우는 전술도 계획하고 있었다. 박 감독은 "윤빛가람의 수비력에 대해 말이 많지만 17세 대표팀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한 바 있다. 전투적이지는 않지만 그 포지션에서 필요한 수비력은 갖추고 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