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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공 달인 SK 김선형, 그 순발력의 원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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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단독 1위 SK가 무서운 것 스피드다. 속공 플레이를 가장 잘 하는 팀이다. 이번 시즌 183개(18일까지). 팀 속공 꼴찌 KCC(107개)보다 약 2배 많다. 이 SK 속공의 중심에 팀 간판 스타 김선형(25)이 있다. 그의 발은 매우 빠르다. 또 미프로농구(NBA)를 보면서 배운 독특한 스텝을 밟는다. 그래서 상대 선수들이 김선형의 돌파를 막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속공으로 파고 나갈 때 1명은 쉽고, 최대 3명까지 순식간에 제치곤 한다.

김선형의 속공은 순발력이 좋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는 중고 시절 자신만의 비밀 특훈을 했다. 오락실에 있는 '펌프(발을 빠르게 옮겨다니는 게임, DDR과 비슷한 게임)'를 즐겼다. 거의 중고교 6년 동안 펌프 마니아였다. 10만원짜리 가정용 펌프 게임기를 사서 매일 했다.

또 그는 달리기를 제법했다. 초등학교 시절 계주 선수로 뛴 적도 있다. 학교 대표로 나가기도 했다. 김선형은 "난 맨발로 달리고 스파이크를 신은 선수들과 대결해서 4등을 한 적도 있다"면서 "그때 3등 안에 들지 못한 후 육상 선수로는 성공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농구를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김선형의 속공이 빛났다. SK는 19일 서울 라이벌 삼성을 83대75로 꺾었다. 김선형은 전반전에만 10득점 5어시스트 1리바운드로 해결사 역할을 했다. 특히 2쿼터 속공과 드리블 돌파로 순식간에 경기 분위기를 SK쪽으로 가져왔다. 그 보다 키가 20㎝ 정도 큰 오다디 블랭슨(삼성)을 앞에 두고 레이업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후반전엔 5어시스트를 추가하면서 프로 입단 후 첫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10년 선배 삼성 가드 김승현(35)과의 맞대결에서도 앞섰다. 김승현은 무득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김선형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프로 2년차인 김선형은 이번 시즌 포인트 가드로 변신했다. 지난 시즌 슈팅 가드였다. SK는 이번 시즌 '1+4(가드 한 명에 포워드 4명 가동)' 시스템과 '3-2 드롭존' 수비로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SK는 1+4 시스템과 드롭존 수비를 통해 속공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SK의 현재 패턴 플레이는 김선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드롭존도 수비 전술이기는 하지만 속공으로 전환하는데 김선형이 가장 먼저 달려나갈 때가 많다.

따라서 SK가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할 경우 MVP는 김선형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득점 등 기록만 놓고 보면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더 뛰어나다. 하지만 김선형은 팀 공헌도 면에서 최고라고 볼 수 있다. 팀 내 가장 많은 경기 출전시간(평균 31분55초)을

기록했다.

김선형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그가 프로 입단했을 때 이렇게 급속도로 성장할 거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시즌 SK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고, 두 시즌 만에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가장 무서운 아이'가 돼 버렸다.

그는 낯선 포인트 가드가 된 후 흰머리가 생길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김선형은 "아직도 경기 흐름을 읽고 조율하는데 서툴다"며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래서 그의 발전은 멈추지 않고 가속도가 붙는 지도 모른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