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을 거듭하던 석현준(22·마리티무)이 포르투갈에서 비로소 빛을 보는 느낌이다.
석현준은 18일(이하 한국시각) 포르투갈 푼샬의 두스 바레이루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2~2013시즌 포르투갈 수페르리가 19라운드 에스토릴과의 홈경기(2대1 승)에서 선발로 나서 팀의 두 번째 골이 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석현준은 전반 9분 사미의 골로 팀이 1-0으로 앞서가던 전반 19분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 수비수 주앙 페드로에게 반칙을 얻어냈다. 팀 동료 다비드 시몬이 성공시킨 페널티킥은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다. 석현준은 경고누적으로 첫 퇴장의 아픔을 겪었지만, 그 전까지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포르투갈 무대 연착륙 중이다. 석현준은 11일 스포르팅 리스본과의 18라운드 경기에서는 데뷔골을 터뜨렸다. 4경기서 1골-1도움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서 뛸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석현준은 2009년 많은 기대속에 동양 선수 최초로 아약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그를 영입한 마틴 욜 감독이 팀을 떠나며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흐로닝언으로 팀을 옮겼지만 두시즌 동안 27경기 5골에 그쳤다.
마리티무는 반전의 무대가 됐다. 마리티무의 문제점은 공격진이다. 레오키시우 사미와 모레이라 아르투르, 다비드 시망 등 미드필드에서의 지원이 위력적이지만 피델리스와 아딜손, 다닐로 디아스 등 기존의 공격수들의 득점력이 부족하다. 19경기에서 19골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석현준 가세 후 득점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석현준이 포르투갈 리그에 빠르게 적응 중이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리그는 전통적으로 윙어의 천국이다. 루이스 피구(은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루이스 나니(맨유) 등 세계적 측면 자원들을 꾸준히 배출해내고 있다. 측면 공격수가 좋다보니 당연히 최전방에는 기술보다는 힘과 높이가 좋은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각광을 받는다. 과거 포르투갈 리그를 지배했던 마리오 자르데우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잭슨 마르티네스(포르투·20골), 알베르트 제 메용(빅토리아 세투발·13골), 오스카 카르도소(벤피카·13골) 등 장신공격수들이 포르투갈 리그에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1m90의 석현준은 이러한 조건에 딱이다. 압박과 몸싸움이 치열해 신체조건이 중요한 네덜란드 무대에서는 그저그런 조건이었지만 포르투갈에선 석현준의 사이즈가 통하고 있다. 기술은 다소 부족하지만 파워풀한 플레이로 주축 공격수로 자리잡았다. 마리티무는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8일 리우 아베전부터은 꾸준히 석현준을 경기에 내보내고 있다. 4일 길비센테전부터는 부동의 주전이 됐다. 최근 2연승을 달리며 성적도 좋아졌다.
문제는 꾸준함이다. 석현준은 이적 후 초반에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위기가 찾아올때마다 극복하지 못했다. 리그와 궁합이 잘 맞는만큼 본인이 흔들리지 않고 축구에 집중한다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서 성공하겠다던 석현준의 꿈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