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WBC 대표팀은 내야 수비에서 조금 불안한 면이 있다. 총 8명의 내야수 중 1루수가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으로 3명, 유격수가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 등 3명이 포진돼 있는데 반해 2루수는 정근우, 3루수는 최 정으로 2루와 3루에 각각 1명씩 밖에 뽑히지 않았다.
WBC 대표팀의 류중일 감독은 2루와 3루 백업으로 유격수 3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즉 유격수 3명 중 1명이 주전으로 나간 뒤 2루나 3루에 교체 상황이 발생하면 벤치멤버를 내겠다는 것. 역대 국내 최고 유격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류 감독은 "유격수는 송구능력이 좋고 순발력도 좋아 2루수나 3루수로도 충분히 뛸 수 있다.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 모두 2루나 3루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세명이 모두 2루와 3루를 다 맡을 수는 없다. 본인이 더 편하게 생각하는 포지션이 있다. 지금은 주로 유격수를 보지만 프로에 오기 전엔 다른 포지션도 많이 했기 때문에 아마시절에 경험을 했던 포지션에 좀 더 자신감을 보였다.
손시헌은 두산에 입단한 이후 유격수로만 뛰었다. 그러나 동의대 시절엔 2루수로도 뛰었다고. 손시헌은 "2루수로도 뛰었기 때문에 2루에서 조금만 공을 받으면 금방 익숙해질 것 같다"면서 "2루수는 유격수와 비슷하다. 양쪽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잡아야 한다. 2루수는 송구 거리도 짧아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경험의 거의 없는 3루수로 출전하는 것은 난감한 눈치. "유격수, 2루수와 3루수는 수비 스타일이 다르다. 핫코너라서 오히려 송구하는 것을 빼면 1루수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상수도 3루보다는 2루가 편하다. 주 포지션이 유격수였지만 경북고 시절 2루수도 했고, 청소년대표 때도 2루수로 출전했었다. 삼성에 입단한 뒤에도 한동안 2루수로 경험을 쌓았다.
반면 강정호는 2루보다는 3루수로 나서는 것이 좋다. 역시 3루수로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광주일고 시절 대부분 3루수와 포수로 활약했었다. 게다가 좋은 추억도 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손시헌이 주전 유격수로 뛰면서 강정호는 백업 유격수로 나설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주전 3루수 최 정과 백업 조동찬이 부진을 보이자 타격감이 좋았던 강정호가 3루수로 나서 폭발적인 타격을 선보이며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2루는 거의 해본적이 없어 경기에 나설 수는 없을 듯.
류 감독으로선 세명의 유격수 중 공격적인 경기를 원할 때는 강정호, 수비를 중요시할 땐 손시헌을 선발로 내보내고 2명을 벤치요원으로 남겨 놓고 2루수 정근우와 3루수 최 정을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로 바꿔야 할 경우 2루엔 손시헌과 김상수, 3루엔 강정호를 기용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조치로보인다. 타이중(대만)=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