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김응용 감독(72)이 지난해말 한화 지휘봉을 잡을 당시 주위에서는 '그가 야구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게 의미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현장을 떠난지 8년만에 복귀한 '칠순 노장'의 도전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댜. 40~50대 젊은 사령탑들이 주류가 돼버린 프로야구가 김 감독의 복귀로 다양한 색깔을 다시 갖출 수 있게 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결과로 평가받는 법. 승부사답게 한화의 염원인 우승을 이뤄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김 감독도 지난해 10월 취임식에서 "프로는 우승이 최고의 목표다. 우승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다른 팀 감독들이 후배이고 제자들이지만,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우승으로 말할 뿐이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우승 꿈을 위해 김 감독은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젊은 독수리들을 혹독하게 조련시키고 있다. 요즘은 실전 감각 배양을 위한 연습경기가 한창이다. 지난 16일 주니치 2군과의 경기에서는 김태완의 역전 만루홈런을 앞세워 9승6으로 승리, 4번째 연습경기만에 첫 승을 거뒀다. 비공식 기록이기는 하지만, 김 감독의 실전 복귀 첫 승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 감독이 지휘하는 한화 전지훈련장은 무척이나 역동적이다. 훈련량 자체가 최근 몇 년간 가장 많다는 의미. 훈련 일정이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짜여져 있다. 연습경기가 있는 날도 야간 훈련은 빠지지 않는다. 연습을 하지 않고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전이 정해진 포지션도 많지 않다. 경쟁 분위기가 훈련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김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이렇게 훈련을 많이 하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낮에 훈련하고 밤에는 알아서들 했는데, 이번에는 단단히 마음을 잡수신 것 같다"고 했다.
또 김 감독은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손자뻘되는 선수에게 다가가 온갖 몸짓을 써가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타이거즈를 이끌던 80~90년대에는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일단 올시즌 김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4강이다. 사실 한화는 4강권에 오르기도 힘든 전력이다. 타선은 그런대로 진용을 갖출 수 있지만, 마운드는 주력 투수들이 많이 빠져나가 판을 새롭게 짜여 한다. 김 감독이 프로 지휘봉을 잡은 이래 가장 약한 전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3년 해태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프로 통산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그가 지휘했던 해태는 최강 전력을 오랫동안 유지했고, 삼성 사령탑 시절에도 전력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았다. 김 감독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은 90년대말 선동열 이종범이 일본으로 떠난 해태를 맡고 있었을 때다. 해태는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김 감독의 목소리를 흉내낸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개그 패러디가 유행하던 때다. 당시 해태와 비교해도 한화의 현 전력은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다. 노장 김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 신선하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지난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감독은 잭 맥키언이다. 1930년생인 맥키언 감독은 당시 73세로 역대 최고령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으로 기록됐다. 한국시리즈 우승 역대 최고령 감독 기록은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SK를 우승시킨 2010년 68세였다. 노장들의 우승에는 더욱 깊은 감동과 눈물이 밀려온다. 김 감독의 도전을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