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33)가 마침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소화했다.
마쓰자카는 14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의 스프링캠프 첫 날 훈련에서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35개의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보스턴 시절 이후 노모와 다시 만난 프랑코나 감독은 마쓰자카의 피칭을 지켜본 뒤 "느낌이 아주 새로웠다. 그가 건강할 때 던졌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마쓰자카는 이날 클리블랜드와 1년간 기본연봉 150만달러, 인센티브 100만달러 등 최대 250만달러에 공식 계약했다. 그러나 이것은 마쓰자카가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포함됐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일 뿐 메이저리그 신분이 완전히 보장된 것은 아니다. 즉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는 이야기다.
마쓰자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난해말 보스턴과의 6년 계약기간이 만료돼 FA가 된 마쓰자카는 세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클리블랜드였다. 추신수가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되지 않았다면 두 선수가 한솥밥을 먹는 장면이 연출됐을 것이다. 마쓰자카는 "인디언스에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캠프에 왔을 뿐이다. 세 팀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아메리칸리그에서 뛰면서 보스턴에 복수할 기회를 가지고 싶어 클리블랜드를 선택했다. 다시는 보스턴이라는 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이 그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는 등 개인적으로 서운했던 일이 많았던 모양이다.
어쨌든 마쓰자카는 스프링캠프에서 4,5선발 자리를 놓고 잭 맥앨리스터, 카를로스 카라스코, 트레버 바우어 등 7~8명의 선발 후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일본 세이부 시절 사와무라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국제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던 마쓰자가가 어느 순간 잊혀진 존재가 돼 버렸으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정도다.
마쓰자카의 행보는 90년대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노모 히데오를 떠올리게 한다. 노모는 95년 LA 다저스에 입단해 신인왕을 받은 뒤 98년까지 에이스 역할을 하며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다. 그러나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뉴욕 메츠, 밀워키, 보스턴 등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2002년 다저스로 복귀해 2년 연속 16승을 달성하며 부활에 성공했던 노모는 2004년부터 급격한 체력저하와 어깨 부상으로 결국 2008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마쓰자카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보스턴과 6년간 5200만달러의 장기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첫해 15승12패 평균자책점 4.40, 2008년 18승3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이후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지 못했다. 2011에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고 두 시즌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2011~2012년, 두 시즌 동안 19경기에서 83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다. 지금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체력이 부담될 나이가 됐다.
두 선수 모두 30대 초반을 넘기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 프로야구 시절 많은 이닝을 던진데다 어깨와 팔꿈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포크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쨌든 부상이 발목을 잡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쓰자카가 노모처럼 다시 햇빛을 볼 날이 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전처럼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로 던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강속구 투수였던 노모가 80마일대 직구와 포크볼, 커브를 섞어던지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던 것처럼 마쓰자카도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주무기로 생존 방법을 강구할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