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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임윤택 그는 갔지만 우리에게 '긍정'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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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들, 이제야 믿겠냐?"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11일 영면에 들었다. 지난 2011년 위암 진단을 받은 지 약 2년 만이다. 향년 33세.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한 소식이었다. 그런데 임윤택의 죽음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고인은 생전 근거 없는 악성 댓글과도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임윤택이 진짜 암 투병 중인 것이 맞냐?"는 것이 그들의 얘기였다. "암 투병 사실로 화제를 모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임윤택은 결국 방송을 통해 암 투병 사실에 대해 '해명'까지 해야 했다. 임윤택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악성 댓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이 임윤택에게 아픈 것까지 '인증'하게 만들었을까? 악플러들은 이런 극단적인 결과가 나와야만 임윤택의 말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일까?

▶악플에 대한 자성

임윤택은 2011년 8월 Mnet '슈퍼스터K3'에 출연하면서 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자신의 아픈 곳을 들춰낸 용기있는 고백이었다. 매주 울랄라세션 멤버들과 함께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 그는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신분이었지만, 프로급 실력으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도를 넘어선 '비난을 위한 비난'이었다. "자작극이다", "조작이다", "위암이라면 그렇게 움직일 수 없다", "왜 임윤택은 안 죽는 거냐"는 등의 댓글이 그를 아프게 했다.

임윤택은 KBS '두드림'을 통해 "요즘 살이 찌니까 '암에 걸린 것 맞냐', '아직 살아있냐'와 같은 악성댓글이 달린다. 나는 상관 없는데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KBS '승승장구'에선 "정말 아픈데 그것을 인정 안 할 만큼 건강하게 봐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다"며 대범하게 웃어넘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악플러들이 내뱉었던 한 마디, 한 마디가 위암 4기였던 그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됐을 터. "진짜 암에 걸린 게 맞냐"며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비수가 돼 임윤택의 가슴에 꽂혔을 수도 있다.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리던 임윤택에게 악성 댓글이 또 다른 고통을 준 셈이 됐다.

심지어 임윤택이 별세한 뒤에도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이 계속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위암이라는 건 거짓말이고 위암으로 죽은 척 하는 거다", "죽으면 암팔이 면죄, 살면 암팔이 단죄, 지금은 죽어서 무죄", "한 여자의 인생만 망치고 간다. 애까지 낳고 뭐하는 짓이냐"는 등의 글이었다. 이에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르는 놈들일수록 아는 척을 많이 하지요. 오늘 같은 날까지 악플 다는 놈들 보면 벌레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며 일침을 날렸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연예인들이 이미 몇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 최진실을 비롯해 고 정다빈, 고 유니 등이 그랬다. 그럴 때 마다 악성 댓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때 뿐이었다. 생각 없이 던진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지우기 힘든 상처가 될 수 있단 사실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긍정의 힘 보여줬다

임윤택은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절망할 수도,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갔다. 무대 위에선 결코 힘들거나 아픈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열정적인 춤과 노래를 통해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만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던졌다.

삶을 대하는 임윤택의 태도는 지난해 발간된 자서전의 제목에서 잘 드러난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이 말을 몸소 실천한 이가 바로 임윤택이었다. "내일을 걱정하기 보다는 오늘 최선을 다해 살자"는 그의 말엔 꿈과 희망이 가득했다.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서도 슬픔이나 좌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임윤택이 남몰래 암 환자를 후원해 온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그는 소속사와 팀 멤버들에게도 얘기를 하지 않고 어려운 암 환자들을 도왔다. 임윤택은 소아암 센터를 방문해 직접 아이들을 만나는 등 '희망 나눔 활동'에 언제나 적극적이었다. 울랄라세션의 나머지 멤버들이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관련 활동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임윤택의 '긍정의 힘'은 주위로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다. 울랄라세션의 팬클럽이 임윤택의 결혼식을 비롯해 김명훈의 결혼식과 첫 번째 단독콘서트에 보낸 쌀화환 270kg은 울랄라세션의 뜻에 따라 문산지역아동센터, 늘해랑지역아동센터 등에 기부됐다. 또 임윤택의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 02학번 동기들은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자원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임윤택의 '해피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듯하다.

▶'딴따라'의 모범답안

과거 '딴따라'란 말은 연예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대 위에서 제대로 놀 줄 아는 전문 연예인'이란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말로 사용되고 있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영원한 딴따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드라마, 영화, 예능을 가리지 않고 출연해 대중에게 즐거움을 준다. 박진영의 '딴따라'론은 이렇다. "나는 가수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배우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고, 그렇게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는 딴따라가 되고 싶다."

이제는 국제가수로 우뚝 선 가수 싸이 역시 대표적인 '딴따라'다. 그는 Mnet '슈퍼스타K4' 심사 도중 "승부다, 적당한 수준으로는 안 된다"며 방송 불가용 언어들을 섞어가면서 '딴따라 정신'에 대해 얘기해 눈길을 끌었다.

임윤택이 바로 박진영, 싸이와 같은 '진짜 딴따라'였다. 임윤택이 가장 빛이 나는 곳은 무대 위였다. 그에게 '대강대강'은 없었다. 몸을 사리는 법도 없었다. 모든 걸 불살랐다. "무대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그. 노래 뿐만 아니라 무대 연출과 안무에서까지 남다른 재능을 보여준 임윤택은 팔방미인이었다. 심지어 병상에 누워서도 무대 연출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똑같은 가수들이 넘쳐나는 요즘, '딴따라' 임윤택은 가요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에 급급한 '가짜'가 아니었다. 임윤택은 제대로 놀 줄 알고, 즐길 줄 아는 '진짜'였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