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아스티아누 호날두(28)는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에 안착했다. '애제자'를 보낸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잉글랜드와 스페인 축구의 자존심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두 팀이 2012~201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충돌한다. 1차전의 막이 열린다. 14일 오전 4시45분(이하 한국시각) 마드리드 안방에서 휘슬이 울린다.
포르투갈 출신의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이 키운 보물이다. 2003년부터 6시즌을 함께했다. 292경기에 출전, 118골을 터트리며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성장했다. 리그 우승 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리그컵 우승 2회, 클럽월드컵 우승 1회 등 환희의 역사를 함께했다. 호날두는 맨유 시절인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발롱도르를 품에 안았다.
물이 차면 넘치고, 달이 차면 기운다. 호날두는 2009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맨유 입단 당시 1225만 파운드(약 228억원)였던 이적료는 8000만파운드(약 1644억원)로 폭등했다. 퍼거슨 감독은 아쉬움이 진했다.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만났다. 16강전에서 패하는 팀은 탈락이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발재간을 앞세워 179경기에서 182골을 터트렸다. 퍼거슨 감독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맨유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챔피언스리그는 양보할 수 없는 승부다. 스승은 제자를 배려했다.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는 기량이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성숙함까지 갖췄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대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제자는 칼날을 감추지 않았다.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은 은사다. 맨유에서 보낸 시간도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가 더 뛰어난 팀이라고 생각한다. 맨유를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시킬 자신이 있다"고 도발했다.
호날두의 뒤에는 조제 무리뉴 감독이 버티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사령탑 시절 퍼거슨 감독과 라이벌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올시즌 판 페르시를 영입하면 업그레이드된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닥뜨리는 것은 10년 만이다. 2003년 8강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맨유를 눌렀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도 레알 마드리드(9회)가 맨유(3회)보다 많다.
하지만 승부는 안갯속이다. 맨유는 올시즌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고, 레알 마드리드는 3위에 처져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