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전지훈련이 펼쳐지고 있는 일본 미야자키시 기요다케 구장은 살벌하다.
역대 최고의 포지션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 일거수 일투족에 긴장감이 감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주전이 유력한 자리는 김현수의 좌익수, 이종욱의 중견수, 포수 양의지밖에 없다. 나머지는 알 수 없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왜 극심한 경쟁체제일까
두산을 화수분 야구라고 한다. 그만큼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전문가들이 극찬한 최주환과 허경민이 있다.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맹활약한 이원석과 이재호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완벽한 주전이 아니다. 게다가 베테랑들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야수들의 선수층은 두텁다.
외야 한 자리를 놓고 정수빈과 임재철 민병헌이 경쟁한다. 3루에는 김동주와 이원석 그리고 윤석민이 있다. 유격수에는 손시헌과 김재호, 2루에는 고영민과 허경민 오재원 최주환이 다툰다. 내야에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이 많기 때문에 1루수로도 가능하다. 때문에 1루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오재일과 최준석도 극심한 압박을 받는다. 지명타자 자리도 꽉 찼다. FA(자유계약선수)로 가세한 홍성흔이 있고, 김동주와 오재일, 최준석도 지명타자로 전환될 수 있다. 한마디로 차고 넘친다.
지난해 두산은 유독 주전들의 부상이 많았다. 그 와중에 백업요원이었던 선수들이 경험치를 쌓았다. 두터운 선수층과 백업멤버의 경험치 상승이 올해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극심한 경쟁 체제를 유발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의 활용법
이같은 상황을 김 감독은 미소를 감추며 바라보고 있다. 경쟁 자체가 과열된다는 것은 그만큼 팀 전력이 올라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두산은 FA 홍성흔을 영입했다. 경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팀의 결속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응집력이 없는 경쟁은 자칫 개인의 돌출행동 등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두산의 주장이 된 홍성흔은 그런 단점을 원천차단하고 있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 안에서 홍성흔은 확실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을 해주기 때문에 경쟁체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김 감독의 머리 속은 복잡해진다. 그에게 포지션 경쟁의 기준은 기본적인 타격과 수비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 동안 타격과 수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포지션 경쟁의 기준이 될 것이다. 주루는 개인의 능력치가 있기 때문에 예외로 두고 있다"고 했다.
선수들은 경쟁을 통해 기량이 향상된다. 때문에 경쟁에서 약간 뒤처졌다고 그냥 둘 수 없다. 김 감독은 "대수비, 대주자, 대타 등의 활용법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의 더욱 중요한 의중은 경쟁체제가 주는 이점을 두산의 팀전력에 어떻게 이용하느냐다. 그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다른 구단과 비교해 두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상대투수가 좌완이냐 우완이냐에 따라 라인업을 어떻게 구상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경쟁을 통한 기량향상. 그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플래툰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올해 두산의 성적을 좌우할 것 같다. 미야자키(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