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레드냅 감독은 강등권팀 살리기의 귀재다. 그의 전술은 고지식하다. 우선 수비를 두텁게 한다. 그리고 개인기가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하나 놓는다. 좌우 사이드는 빨라야 한다. 최전방 원톱과 궁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좌우 측면 공격수들로 공격을 이끈다.
레드냅 감독이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왔을 때 머리 속에는 아델 타랍이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임무를 맡겼다. 하지만 타랍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개인기는 좋다. 그러나 그 개인기가 독이다. 패스를 해야할 때 개인기를 부린다. 팀의 공격 템포를 잡아먹는다. 이런 선수를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침착하게 기다리면서 수비 함정으로 몰아넣으면 된다.
10일 0시(한국시각) 영국 스완지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QPR과 마주한 스완지시티는 잘 알고 있었다. 타랍 잡기에 나섰다. 중차대한 임무는 기성용이 맡았다. 기성용은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영리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타랍이 볼을 잡으면 돌아서지 못하게 했다. 함부로 덤비지 않았다. 맞대응하는 순간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성용의 영리한 수비에 타랍은 전반 초반 이후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발재간을 부려봤지만 헛수고였다. 드리블로 들어간 곳은 스완지시티의 수비벽만 놓여있었다.
공격에서도 기성용은 빛났다. 사실 기성용은 화려하지 않다. 그의 임무는 공수의 연결고리였다. 중앙 수비 앞에서 볼을 잡아줄 수 있는 위치로 움직였다. 볼을 쉽게 연결해주었다. 밸런스를 조절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 웨인 루틀리지가 쉽게 공을 받게 했다. 기성용의 헌신 덕에 스완지시티는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팀의 주전 미드필더로서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전반 40분이었다.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타랍이 스완지시티 선수에게 소리를 질렀다. 기성용이 달려가 타랍을 밀치며 패기를 보여주었다.
기성용의 활약에 스완지시티는 4대1로 승리했다. 기성용은 분명 '지쳐'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완지시티의 지우개이자 최고의 연결고리였다. 스완지(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