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프로 데뷔 이후 10년 만에 들어 올린 첫 우승 트로피였다. 비록 한국프로골프(KPGA) 정규 투어가 아닌 코리안 윈터 투어였지만 1차대회 우승은 그에게 '힐링'이었다.
김우찬(31)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윈터 투어' 1차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우찬은 8일 태국 카오야이의 마운틴크릭 골프리조트(파72·7505야드)에서 열린 대회 본선 3라운드에서 보기 2개 버디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이븐파 216타를 친 그는 한민규(29)와의 첫 번째 연장에서 버디에 성공하며 보기에 그친 한민규를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2만달러(약 2200만원).
프로 데뷔 이후 코리안 투어 최고 성적이 10위(2011년 레이크힐스오픈)였던 그의 2013시즌 첫 대회 결과는 우승이었다.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장에 들어선 김우찬은 "나는 항상 들러리만 하나 싶었는데 우승을 차지해서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10년 투어 생활 중 톱10 진입은 딱 한차례. 대회마다 20~30위권에 머물며 항상 좌절만을 맛봤다. 그러나 우승으로 10년의 아쉬움을 뒤로 했다. 그는 "성적이 안 나올때 제일 힘들었다. 재능이 없나 싶었다. 톱10에 못드는 내 자신이 싫었다. 투어를 계속 뛰어야 하나 싶었는데 부모님이 자신감을 많이 주셔서 이런 상황들을 극복했다. 2년간 캐디를 해준 동생도 고맙다. 최근 취직했는데 차를 산다고 하더라. 우승 상금 중 일부를 차 사는데 보태줄 것이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전지훈련을 통해 스윙을 교정한 것이 효과를 봤다. 팔로만 하던 스윙을 몸을 이용하는 스윙으로 바꿨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지만 그는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몸을 쓰면 거리가 더 나야 하는데 나는 반대로 거리가 20야드 줄었다. 하지만 몸회전을 이용한 드라이브샷을 하니 정확도가 정말 좋아졌다. 원하는 곳에 티샷을 칠 수 있게 됐다." 김우찬은 본선 3라운드에서 1개의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것 빼고 모두 페어웨이에 적중시켰다. 다른 선수들이 코스 공략을 위해 4~5번만 드라이버 티샷을 하는데 반해 그는 10번이나 드라이버를 잡았다.
맞춤형 전략도 통했다. 태국에 도착한 이후 쇼트 게임 연습에만 몰두했다. 연습 라운드를 돌며 짠 전략이었다. 선택과 집중의 결과는 우승이었다.
10년 째 목표는 한 결 같다. "작은 대회든 큰 대회든 코리안 투어에서 우승하는게 목표다." 1차 대회 우승으로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그는 "윈터 투어 4차 대회까지 모두 출전한다. 꼭 윈터 투어에서 상금랭킹 1위를 차지하고 싶다"고 했다.
2013년의 첫 문을 활기차게 연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는 "쿼드스포츠의 이준혁 대표가 이렇게 대회를 만들어주셔서 선수들이 전지훈련 기간동안 시합감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대회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첫 단추를 잘 뀄다. 남은 대회 편하게 경기할 것 같다. 부담없이 올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카오야이(태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