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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에서 본 J-리그, 해답은 지역밀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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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사간도스요? 관혼상제 빼고는 최우선 대상이지요."

지난달 29일 대전 시티즌과 사간도스의 연습경기를 보기위해 일본 도스시로 이동했다. 후쿠오카에 내리자마자 지하철로 기차로 2시간 동안 쉼없이 달렸다. 도스역에 가까워지자 경기장이 보였다. 지난시즌 J-리그 5위팀의 홈구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아보였다. 도스시는 인구가 약 7만명에 불과한 소도시라고 하더니. 사간도스는 새롭게 축구도시로 떠오르는 곳이다. 지난해 윤정환 감독은 J2-리그에서 승격하자마자 팀을 J1-리그 5위로 이끌며 돌풍을 일으켰다. 사간도스는 연봉총액이 51억원에 불과한 약소클럽이다. 팬들도 열광했다. 경기당 무려 1만1991명의 관중이 사간도스의 홈경기장을 찾았다. 인구의 16%가 주말마다 경기장에 모인 것이다.

역에 도착하니 그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역 한켠에는 사간도스의 정보 등을 담은 게시판이 있었고, 곳곳에는 사간도스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식사를 하기위해 이동하는 중에도 사간도스 자판기, 사간도스 팜플렛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섬세한 문화가 홍보에도 잘 나타났다. 이미 여러차례 일본을 방문한 대전시티즌의 관계자는 모든 J-리그팀들이 비슷한 마케팅을 펼친다고 했다. "예산만 더 많이 주어진다면 우리도 잘할 수 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경기가 열리는 베스트어메니티 경기장에 들어서자 뜨거운 축구열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평일 낮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700~800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은 사간도스의 올시즌 첫 연습경기였다. 아내, 며느리, 손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가네코씨(57)는 "첫 경기를 보고 싶어서 가족이 함께 찾아왔다. 이날은 낮경기라 비교적 연령층이 높은 관객들이 많이 왔다"고 했다. 10년째 사간도스를 응원 중이라는 사유리씨(44)는 "지난해 성적이 너무 좋아서 올시즌 기대가 크다"며 "관혼상제를 빼고는 언제나 사간도스의 경기가 나에게 최우선이다. 꼭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는 30분씩 4쿼터로 진행됐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였지만 팬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박수를 보냈다. 경기장 한쪽에서는 FC도쿄와의 연습경기 티켓을 판매하고 있었다. 팬들은 이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쉬는시간마다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 후 윤 감독은 "첫 경기라 많이 오신 편이다. 그래도 항상 연습경기가 있으면 많이 와서 응원해주신다. 일본 어디를 가도 그렇다"며 "일본의 지역밀착 마케팅은 부러운 부분이 많다. K-리그도 승강제를 하는만큼 더욱 지역친화적인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단내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사간도스는 K-리그 중소규모 구단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1994년 도스시는 2만 44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베스트 어메니티 경기장을 지었다. 프로팀을 만들고 싶었지만, 일단 실업팀으로 시작했다. 1998년까지 JFL(일본축구리그·실업리그)에 출전하다가 1999년 J2-리그에 진출하며 프로가 됐다. 초창기 성적은 바닥을 쳤다. 2003년에는 J2-리그에서도 최하위(12위)를 기록했다. 관중은 외면했다. 2004년까지 평균 관중이 3000명 대에 머물렀고 스폰서는 떠났다. 경영악화로 해체 위기까지 겪었다. K-리그에 속한 대다수의 시민구단이 겪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간도스는 팀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가지고 팀을 운영했다. 그 결과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사간도스의 홍보 마케팅 직원 후지세씨(38)는 사간도스 인기 비결로 첫째는 성적을 꼽았다. 그녀는 "작년에 워낙 성적이 좋아서 시즌 막바지가 될수록 관중이 늘었다. 이번 연습경기에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찾아온 것도 지난해 상승세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구단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경기마다 꼭 이벤트를 했다. 광장을 축구공원으로 만들어서 행사하고,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했다. 특히 소도시인만큼 홈타운 활동을 하는데 중점을 많이 뒀다고 했다. 팬들과 선수들간의 거리를 최대한 줄이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선수들이 선망의 대상보다는 동네사람 같은거다. 내가 아는 사람이 경기에 나선다면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이 보러갈 것 아닌가. 규모가 작은 클럽일수록 이런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자 지역민들의 투자로 이어졌다. 여러군데를 전전하며 훈련하던 사간도스는 클럽하우스 완공에도 성공했다. 명문팀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비결은 역시 지역밀착이었다.

윤 감독은 "K-리그팀들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매년 우승을 하다보니 J-리그내 견제의 눈빛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같은 성적표와 달리 K-리그는 여러가지 지표에서 J-리그에 뒤져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K-리그는 연습경기에도 구름관중이 찾아오는 '20세' J-리그에 더 많이 배울 필요가 있다. 자존심은 잠깐이다. 돌아오는 것은 더 큰 열매다.

도스(일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