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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창원 쇼크, 신축구장엔 NC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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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의 주체는 도대체 누구인가. 구단도 모르고,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모른다. 창원시의 독불장군식 행보가 도를 넘었다.

창원시가 정치 논리에 따라 신축구장 입지 결정을 강행한 데 이어, 귀를 닫고 독선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창원 쇼크 2탄'이다. 창원시는 연고구단인 NC 다이노스나 KBO와 협의 없이 "마산과 진해에 프로 경기를 균형 배분해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NC는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철저히 소외된 NC, '홈구장 2개' 창원시 마음대로?

NC 구단 관계자들은 지난주 창원시가 진해 옛 육군대학부지를 신축구장 입지로 결정하자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난 일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입지 선정 주체인 창원시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미 내정한대로 최악의 입지조건을 가진 진해 지역으로 야구장을 떠넘겼다.

결국 구단은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서 신축구장 논란을 매듭지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연고지 이전이라는 강경카드를 꺼내기엔 부담이 따랐다. 2013시즌 처음 1군에 진입하는 신생팀으로서 일이 커져 좋을 게 없었다.

하지만 NC 관계자들은 지난 4일 다시 깜짝 놀랐다. 이날 창원시는 진해구청에서 '새 야구장 건립 사업단' 출범식을 가졌다. NC는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어차피 보여주기 행사인 현판식, 몰라도 된다고 치자. 하지만 창원시는 NC에 일언반구 언급 없이 'NC 다이노스는 홈구장 2개를 갖는 효과가 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내용은 이렇다. 창원시는 '2016년 새 야구장이 준공되고, 현재의 마산야구장 보강을 통해 마산과 진해지역에서 프로경기를 균형 배분해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프로야구 시대를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 최초로 새 야구장과 마산야구장에서 교차 경기를 함으로써 다양한 지역의 관람객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광고수익과 식음료판매수익 등에서 더 많은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홈경기 균형 배분? 야구 모르는 창원시의 탁상공론

연고 지역 내에서 홈구장을 2개로 나눠 쓰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일단 야구규약을 살펴보자. 제4장 지역권에 제21조 [홈 게임의 최저수]를 보면, '구단은 본 규약에 따라 소정 보호지역내의 전용구장에서 연도 선수권대회 경기 중 홈 게임의 80퍼센트 이상을 실시해야 한다. 단, 총재의 승인을 얻어 그 수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구체적이지 못해 KBO도 난감한 상황이다. 해석의 문제가 생긴다. 일단 보호지역 내 전용구장의 수가 적시돼 있지 않다. 해석에 따라 2개의 홈구장을 합쳐 80% 이상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제2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KIA와 한화의 경우, 보호지역 외 도시에서 1년에 6~9경기를 치를 뿐이다. 광역연고제 시절인 과거 연고지역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다. 창원시가 내건 '마산-진해 균형 배분'의 경우, 모두 보호지역 내 경기다.

2개의 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얼핏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는 구단에 '피해를 감수하라'는 말 밖에 안된다.

데일리스포츠인 야구는 홈팀이 갖는 이점이 크다. 거의 매일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게 '안방'이 주는 안락함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선수들에게 홈구장은 큰 무기가 된다. 경기력에 직결된다는 얘기다.

또한 선수들은 시즌 내내 클럽하우스를 자기 집처럼 드나든다. 라커룸은 자신의 손때 묻은 야구용품부터 소소한 재미를 줄 자기만의 물품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홈구장이 2개로 나뉘면, 어디에 짐을 둬야 될 지조차 애매하다. 사실상 홈구장으로 선택받지 못한 곳은 또다른 '원정구장'이 될 뿐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마지노선? 진해구장은 과연…

NC 측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제 모든 행보가 조심스럽다. 창원시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항변하기도 힘들다. 옛 진해시민들이 NC와 신축구장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까 두렵다. 뒤늦게 창원시의 발표를 듣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다.

창원시는 스스로 신축구장의 존재 가치를 깎아 내리고 있다. 1500억~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신축구장에서 절반의 경기만 치르겠다고 하고 있다. 스스로 진해 신축구장의 문제점을 인정한 꼴이다.

창원시는 아직도 KBO의 공개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KBO는 신축구장의 타당성에 대한 수치화된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국방부와의 소유권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을 듣지 못했다.

한 야구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버티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지방선거 이후 신축구장 사업을 포기하거나 대폭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 진해로 결정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진실은 창원시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수장이 바뀌는 선거의 특성상, 완전히 다른 판도로 흐를 수도 있다. NC와 창원시 사이의 '파트너십'은 금이 간 지 오래다. 더이상 신뢰도 없다. 이제 1~2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나긴 싸움이 시작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