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정몽규의 첫 일주일 화두 '청쥐-대통합-사람-K-리그'

by

신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신중했다. 말은 조심스러웠다. 질문을 받으면 돌려 말하곤 했다. 민감한 질문일수록 답변은 느렸다. 고심을 거듭한 뒤 답했다. 정 회장의 말들 속에는 핵심이 들어 있었다.

정 회장을 6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말로우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만났다. 5시간전 영국에 도착했다. 개인적인 일로 옥스포드를 들렸다 돌아왔다. 정 회장은 차를 빌려 직접 운전했다.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싱글룸에서 하루밤을 묵은 뒤 크로아티아전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1박 3일의 빠듯한 일정 소화 후에는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자웅을 겨루었던 허승표, 김석한, 윤상현 전 후보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다.

▶청취

28일 회장 선거에서 승리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정 회장은 누구보다도 바빴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의견 청취에 대부분을 할애했다.

우선 각 언론사를 찾았다.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었다. 직원들과의 면담에도 나섰다. 일대일 면담이었다. 임원급들부터 현장에서 뛰는 말단 직원들까지 모두 만나기로 했다. 면담은 반 정도 진행됐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나머지 반과의 면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 회장은 "나는 아직 축구협회 일을 잘 모른다. 직원들은 나보다 더욱 많이 알고 있다. 어떤 일인지 들어봐야할 것 같았다"고 했다. 행정에서 손을 놓고 굿만 보고 떡만 먹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직접 축구협회 행정을 직접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직원들에게 2가지 메시지도 전했다. 하나는 서비스였다. 대한축구협회는 군림하는 상급단체가 아닌 서비스 단체라는 것. 정 회장은 "우리는 서비스 단체다. 상급단체나 하급단체의 개념은 없다. 친절하게 짜증내지 않고 해야 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오픈'이었다. 축구협회 건물은 좁은데다가 다 칸막이로 막아놓았다. 정 회장은 "요즘은 다 오픈하면서 수평적인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방으로 나뉘어서 있는 것은 안 좋은 것 같다. 칸막이를 걷어내는 쪽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공간의 오픈이지만 이를 통해 직원들의 마인드까지 열고 싶다는 뜻이었다.

▶대통합

선거 정국에서 한국 축구는 갈라져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서로의 가슴에 상처가 남았다. 정 회장은 '대통합'을 외쳤다. 일단 대의원 24명이 회장을 뽑는 현행 방식을 고치겠다고 나섰다. 정 회장은 "대의원을 포함해서 제도 개선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주도적으로 나서면 안된다. 나를 위해 제도를 개선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고 방법에서는 신중론을 들고 나왔다.

조광래 감독의 연봉 미지급금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 의지를 밝혔다. 조 감독 연봉 미지급 사태는 현재 축구협회가 얼마나 깊게 갈라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항이다. 정 회장은 "새 집행부가 구성되는대로 다시 재논의할 것이다. 왜 지급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다 들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사람

어느 조직이나 결국 이끌어가는 사람은 사람이다. 그 조직의 수장으로 성공하려면 인사를 잘 해야 한다. 결국 인사가 만사다.

정 회장은 인사에 관한 질문이 들어오자 처음에는 말을 돌렸다. 아직 사람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단계라고 했다.

구체적인 질문이 되돌아왔다. 정 회장은 부산 아이파크의 구단주다. 그리고 프로축구연맹을 2년간 이끌었다. 그곳에서의 유능한 인물을 협회에 심을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자기 사람을 얼마나 데리고 올 것인지를 물었다.

날카로운 질문에 정 회장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물한모금을 마셨다. 입을 열었다.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행정과 지도자 등을 모두 경험하신 분들은 많지 않다"면서 "30대의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 뒤 그 사람들을 5년이나 10년 정도 트레이닝해서 협회일을 맡길만한 재목으로 길러야 한다. 그것이 나의 임무다"고 말했다.

지도자 이야기도 꺼냈다. 지도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다양화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한국에 들어오는 지도자 강사들이 우리 지도자들을 하나하나 만날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요즘 인터넷 강의 등이 많더라. 지도자 교육에도 그런 것들이 효과적일 것이다"고 했다.

최강희 감독 연임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으면 원 소속팀인 전북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정말 최 감독이 A대표팀을 그만둔다면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 회장은 "일단 제일 중요한 것은 본선 진출이다. 본선 진출이 확정 혹은 가시화된 후에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내 의견보다는 기술위원회 등 전문가들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K-리그

결국 정 회장의 눈은 K-리그로 향해 있었다. 일단 K-리그 자랑부터 시작했다. 정 회장은 "사실 A매치보다 K-리그가 더 재미있는 듯하다. A매치는 한 경기가 중요하니까 조심스러운데 K-리그는 다르다. 작년에는 골도 많이 났다. 재미있는 경기들이 많다"고 했다.

K-리그 사랑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K-리그의 중요성을 입에 올렸다. 정 회장은 "내가 만약 바로 대한축구협회장이 되었다면 K-리그의 중요성을 간과했을 것이다. 프로연맹을 맡았기에 K-리그의 중요성을 잘 안다. K-리그도 내가 할 일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재정적으로나 안정성 측면에서 더욱 신경을 쓸 것이다"고 했다.

정 회장은 임기 내 승강제를 더욱 심화시킬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 나라 조기축구회나 직장 축구하지는 분들 중에 전문적이고 잘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팀들을 흡수해 3부나 4부리그를 구성할 생각이다. 전국 단위 리그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지역별 성인리그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말로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