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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 터줏대감들의 마음 사로잡은 지동원,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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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선수가 바로 그 선수라고요? 오 마이 곳(Oh my God)"

놀라운 표정들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선수들의 실력 때문이었다. 이후에는 선수들 면면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다. 마지막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때문이었다.

크로아티아전을 이틀 앞둔 4일 오후(현지시각) 최강희호는 비샴 애비 스포츠센터에서 훈련에 돌입했다. 이곳의 터줏대감들이 스멀스멀 축구장으로 모여들었다. FAB 선수들이었다. FAB는 비샴 풋볼 아카데미(Football Academy Bisham)의 약자다. 비샴 지역 내 청소년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작은 커뮤니티다. 그 중 4명이 훈련장 가까이 와서 선수들을 지켜봤다. 이들에게 한국 A대표팀은 좋은 표본이었다. 예전에 블랙풀(2부리그)과 잉글랜드 19세 이하 대표팀이 와서 훈련을 한 적은 있다. A대표팀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감탄사를 계속 내뱉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한쪽 발만이 아니라 양발을 모두 쓰는 것에 놀라워했다. 훈련을 지켜보던 애런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면 여러가지 유리한 것이 많다. 나도 단련을 해야겠다"고 했다.

하나하나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감탄사는 계속 이어졌다. 이 와중에 "박지성이 왜 안보이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A대표팀 은퇴소식을 전했다. FAB에서 수비수를 맡고 있다는 알렉스는 "한국 A대표팀이 오면 박지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이청용(볼턴)은 모두 알고 있었다. 손흥민(함부르크)을 소개할 때는 '최근 토트넘이 영입을 위해 1000만 파운드에 준비하게 한 선수'라고 했다. 다들 엄지를 치켜세웠다. 레온은 "QPR에서 새로 영입한 한국인 왼쪽 풀백은 어디있느냐"고 물었다. 윤석영이었다. 워크퍼밋이 늦어져서 합류할 수 없다고 하자 아쉬운 기색이 내비쳤다.

박주영(셀타비고)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까지 '아스널의 9번'이라고 소개했다. 4명 모두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자기들끼리 수근거렸다. FAB선수 가운데 한 명인 레온은 취재진에게 "나는 박주영을 안다. 하지만 좋은 기억이 아니다. 최근 아스널에서 9번을 단 선수가 잘된 예는 거의 없다. 박주영도 '9번의 저주'에 희생됐다"고 말했다.

최고 인기 선수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 영국대표팀(팀 GB)을 상대로 골을 넣은 선수라고 했다. 여전히 표정은 심드렁했다.

하지만 딱 한 마디에 반응이 달라졌다. '키스'였다. 2012년 1월 2일 당시 선덜랜드에서 뛰던 지동원은 맨시티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48분 짜릿한 버저비터 결승골을 기록했다. 한 팬이 경기장으로 난입했다. 지동원의 뺨을 잡더니 입술을 훔쳤다. 이 장면은 영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영국 언론들은 키스를 날린 남자를 찾는데 혈안이 됐다. 그 와중에 지동원은 '키스를 당한 남자'로 꽤나 유명세를 탔다. FAB의 조지는 "그 유명한 키스남을 여기서 보다니 영광이다. 나중에 갈 때 사인도 받고 사진도 함께 찍어야겠다"고 했다. 말로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