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효 부산 감독(51)의 변신은 무죄다. 윤 감독은 '경상도 사나이'다. 지난 2년간 수원 감독 시절 '무뚝뚝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4일 태국 촌부리의 촌 인터 호텔에서 만난 윤 감독은 "경상도 사나이라 큰 것만 생각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속마음은 안 그런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 12월, 부산의 새 수장이 된 뒤 살가워지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단다. 이제 윤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는 '웃음'이 됐다. 윤 감독은 "섬세한 부분에 대해 오해없이 얘기하고 내가 더 선수들에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식사시간 때 "얘기 좀 하면서 먹으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부상을 했거나 사적인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나에게 찾아와 물어보라"며 '큰 형님 리더십'을 발휘한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어 할 때 '괜찮냐'고 물어보는 등 소통을 하려고 노력한다. 선수들이 나를 대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선수들과 생각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고쳤다"고 했다.
사실 윤 감독의 변화 뒤에는 딸 혜경양(20)의 조언이 있었다. 윤 감독은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딸이 여름 방학때 귀국해야 얼굴을 볼 수 있다. 이 때 윤 감독은 딸에게 서슴없이 선수들과의 세대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딸은 곧바로 해답을 내놓는다. "아빠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니깐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고 변해야 해요."
윤 감독은 지난해 수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기대심리가 높은 수원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경질 됐다. 윤 감독은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지난해가 지도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지옥과 천당을 많이 오갔다. 잘했을 경우 당연하게 생각하고, 못했을 때는 질타를 받았다. 지도자로서 나 자신을 깨우쳤던 한 해였다"고 회상했다. 딸과 아들의 믿음은 윤 감독의 상처를 아물게 한 '반창고' 역할을 했다. 윤 감독은 "딸과 아들이 내가 수원에서 많은 소리를 들으니깐 '부산에선 더 잘 할 것'이라며 믿음을 준다"고 전했다. 이어 "딸도 '아빠 뒤엔 내가 있어. 힘내'라는 문자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윤 감독의 '자율 리더십'으로 부산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윤 감독은 이 좋은 분위기가 분명 선수들에게 '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원 감독 시절) 선수들을 많이 믿었었다. '알아서 잘해주겠지'라며 맡겼다. 그런데 '독'이 됐다. 이젠 세심하게 신경써줘야 한다고 느꼈다. '표현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분위기에 선수들이 만족하고 있다. 깨지 않으려고 한다. 풀어질 때는 주장 박용호가 나서서 후배들을 다독이고 있다"고 했다.
감독이 변하고 팀도 변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의 꿈을 꾸고 있다. 윤 감독은 "일단 A그룹에 포함된 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최우선 목표다. 3위 일체(구단·감독·선수)가 잘 되고 있다. 우리도 챔피언스리그에 못나가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촌부리(태국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