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전 시티즌과 사간도스의 연습경기가 펼쳐진 일본 도스의 베스트어메니티 경기장.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속에 사간도스가 주도권을 잡았다. 대전의 반격이 이어지자 한쪽에서 환호와 박수소리가 들렸다. 대전 서포터스 '지지자연대'의 김준태 의장(27)과 또 다른 대전의 서포터스 '퍼플크루' 소속의 이원익씨(43), 김선웅씨(26), 강진모씨(22) 그리고 막내 이강민군(10)으로 이루어진 대전의 응원단이었다.
9명으로 구성된 '축구여행 워크숍' 모임은 올해 여섯번째 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비와 월급을 모아 매년 축구여행을 떠난다. 구단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는다. 사실 이번에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을 배려해 주말에 오려고 했지만, 대전의 시합일이 평일에 있어 가능한 5명만 일본으로 오게됐다. 이들은 단순히 해외에서 축구를 보고 응원을 하기 위한 '여행객'이 아니다. 서포터스 문화를 바꾸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원정대'다. 김 의장은 "사실 대전 서포터스가 굉장히 강성이었다. 이제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전환하고 있다. 어떻게 변해야 더 많은 팬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현지 서포터스와 시간을 갖고 현지 축구문화에 대해서 리서치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들은 대전에 돌아와서 나머지 서포터스에게 배운 점을 설명하고, 함께 변화를 모색한다.
축구라는 공통관심사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전세계적으로 친구들이 늘어났다. 일본 팬문화를 알기 위해 만난 주빌로 이와타, 우라와 레즈, 요코하마FC 서포터스는 그때 쌓은 인연으로 아직도 연락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친구들은 번갈아가며 주기적으로 대전을 방문한다. 김 의장은 "어떤 친구는 자기가 '대전의 아들'이라며 홈팀 경기를 포기하고 올때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매년 여행을 통해 축척한 지식으로 성숙한 의견을 내세웠다. K-리그 서포터스 문화에 경종을 울릴만한 얘기들이었다. 김 의장은 "일본팬들을 보면서 가장 놀란 점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포용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K-리그는 자신의 팀 외에는 모두 배척하는데 J-리그 팬들은 다른 팀도 좋아하더라. 자기 연고팀 유니폼을 입고 다른 팀을 응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축구 자체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축구장에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구단과 연맹 차원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J-리그는 경기가 펼쳐지는 2시간만이 아니라 경기가 펼쳐지는 그날이 축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팬들은 이를 즐길 준비가 돼 있다."
매년 시간과 돈을 들여 축구여행을 다닌다고 하니 가족들의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열정이다. 이들은 이미 스포츠바우처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다문화 가정이나 저소득층을 경기장으로 초대하고 있다. 인디밴드들을 묶어 대전 시티즌만을 위한 공연했다. 모두 더 좋은 축구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김 의장은 "우리가 하는 축구여행도 대전팬들만의 문화로 만들고 싶다. '대전 시티즌의 팬들은 유별나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웃었다.
폭력과 폐쇄라는 서포터스의 부정적 기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없다. 우리 서포터스는 생각보다 더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전의 축구가 보고 싶어 처음으로 엄마 품을 떠나 혼자 일본으로 온 한 이군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일본보다 한국 경기장이 훨씬 재밌어요. 빨리 형들이랑 응원하고 싶어요."
도스(일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