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도자하면 절대 막 뛰게 하는 것은 안시킬거에요." "네가 진짜 그럴 수 있나 한번 볼게. 넌 더 많이 뛰게 할 놈이야."
감독-선수 관계보다는 친한 선후배 같았다. 올시즌 대전의 운명을 쥔 김인완 대전 감독과 정성훈 이야기다.
인연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경희대 선후배인 김 감독과 정성훈은 2011년 부산에서 만났다. 둘은 금새 의기투합했다. 동문인만큼 금방 가까워졌다. 그러나 만남은 길지 않았다. 정성훈이 전북으로 전격 트레이드되며 한달만에 헤어졌다. 정성훈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정성훈은 "오전에 운동갔다 왔는데 트레이드됐다고 하더라. 알려주지 않은 김 감독님(당시 코치)이 원망스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전북으로 이적 후에도 술먹고 김 감독에게 전화도 많이 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야 너 전북가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나가고, 우승도 해봤잖아"라고 농을 던졌지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2013년 김 감독과 정성훈은 대전에서 다시 만났다. 정성훈이 먼저 다가갔다. 정성훈은 김 감독의 대전 감독 취임 소식을 듣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저 좀 데리고 가세요." 김 감독은 높은 몸값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정성훈의 구애는 이어졌다. 처음에 생각이 없던 김 감독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진짜 잘할 자신있냐?'고 했더니 '그렇습니다'라고 하더라. 연봉도 깎여야 하는데 감수할 수 있다는 성훈이의 태도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 다음부터 협상을 진행했다"고 털어놨다. 이적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이적료 때문에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하석주 감독이 노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정성훈을 풀어주기로 하며 대전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정성훈의 영입으로 대전 최전방에는 무게감이 생겼다. 스포트라이트도 정성훈에 집중되고 있다. 정성훈은 이같은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노장이란 단어를 싫어하는데 나이차가 많이나는 선배다 보니 부담스럽다. 삼촌이라고 하는 애들도 있다. 솔선수범해서 잘해야 하니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팀에 노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노장이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지도자나 선수 모두 부담이다. 다행히 성훈이가 프로정신이 투철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고 했다. 다시 의기투합한만큼 의욕이 넘쳤다. 정성훈은 일단 좋아하는 술을 끊었다. 김 감독은 "나이 먹으면 더 많이 관리해야 한다. 성훈이 와이프도 이번에 술마시면 짐싼다고 했다더라. 믿고 있다"며 웃었다. 경기장에서는 두자릿수 골을 약속했다. 정성훈은 "내가 10골 이상을 넣으면 팀이 중위권에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꼭 이루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은 대전과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대전이 고향이고 정성훈은 대전에서 프로데뷔를 했다.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좋은 무대다. 김 감독과 정성훈 모두 잔류를 넘어 대전을 축구특별시로 다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둘의 책임이 막중하다. 김 감독에게 부담이란 단어는 이겨내야할 대상이었다. 김 감독이 "프로는 부담을 달고 살 수 밖에 없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된다"고 하자 정성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은 개막전에서 전북을 만난다. 정성훈은 "벼르고 있었다"며 이를 갈았고, 김 감독도 "처음부터 강팀을 만나서 오히려 잘됐다"며 반겼다. 부담이란 단어는 엄살이었던 것 같다.
"성훈이도 은퇴하면 제2의 인생이 있으니 대전에서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대전에서 지도자를 했으면 좋겠다." "처음 프로감독으로 부임해서 첫 스타트인데 여기서 더 잘해서 감독님이 여기보다 더 나은 팀에서 오래 감독할 수 있도록 선봉장에 설께요. 화이팅하세요." 둘은 서로에게 덕담을 건낸 후 방에서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두 남자의 의기투합은 대전 잔류의 중요한 열쇠다.
구마모토(일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