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차원에서 내보냈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더라."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인터뷰장에서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1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4라운드 마지막 경기. 추 감독은 이날 조상현을 모처럼 선발출전시켰다. 조상현은 이날 8분21초를 뛰면서 8득점을 기록했다.
조상현은 올시즌 오리온스의 주장이다. 팀의 최고참이기도 하다. 개막 전만 해도 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고려했었다. 부상이 겹치기도 했지만, 세월의 무게 속에 출전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이날은 당당히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초반 주축 선수들이 성급한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할 때 3점슛 2개 포함 8득점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추 감독 역시 "스타트를 상현이가 잘 끊어줬다"며 흡족해 했다.
추 감독은 "나이가 제일 많은데 팀 운동 뿐만 아니라 개인 운동도 너무 열심히 한다. 팀 내에서 귀감이 되지 않나 싶다. 이런 선수한테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추 감독이 인터뷰장을 나간 뒤 조상현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조상현은 "열심히 한다는 것보다도 선수 생활도 오래 남지 않은 것 같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우리 팀에 어린 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자연스레 따라올 것 같다. 후배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상현은 "선수들하고 미팅도 휴식기에 많이 했다. (김)동욱이도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고, 브레이크 타임이 팀을 재정비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팀 전력 안정을 반겼다.
개인적으론 어떨까. 조상현은 "1월 초에 허리를 다쳐서 좀 쉬었다.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성적도 내 생각보다 안 좋아 더 독하게 준비했던 것 같다"며 "하루하루 주장으로서 코트 안팎에서 책임을 다하면 된다. 개인 성적은 중요치 않다. 이미 이루고 싶은 건 다 이뤘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서 목표를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수생활 마지막,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조상현. 그는 아직도 팀 내에서 가장 먼저 나와 운동하고, 가장 늦게까지 운동하는 선수다. 조상현의 이런 모습이 후배들의 선전을 이끌 수 있을까. 단독 5위 오리온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은 아직 밝다.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