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강동희 감독은 '이승준 사건'을 이런 시각으로 해석했다. "승준이를 미군으로 오해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농구 인기가 많았던 예전 같았으면 정리됐을 일이었는데 한국농구의 씁쓸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승준은 한국 프로농구 최고 인기 선수 중 하나다. 탁월한 운동능력으로 펼치는 화려한 농구. 조각같은 몸매와 얼굴과 살인 미소로 여성팬의 마음을 녹인다. 연봉도 최상급 수준인 스타플레이어다. 하지만 젊은이의 거리 홍대 골목에서 농구스타 이승준을 알아보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취기와 객기가 내뿜는 숨결이 새벽 겨울의 찬 공기를 텁텁하게 달궜던 어지러운 아노미 현장. 누군가 단 한 사람만이라도 "농구선수 이승준이잖아?"만 외쳤더라도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는 주민등록증이 있는 엄연한 한국 시민이다. 대중을 상대로 한 프로스포츠의 스타플레이어다. 하지만 누구 하나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미군으로 몰려 반미 정서의 질시 속에 휩쓸리고 말았다.
강동희 감독은 현역 시절 대스타였다. 농구 인기가 절정에 달한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떨쳤다. 농구장 밖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얼굴을 알아봤다. 지나쳐서 문제가 될 때도 있었다.때론 절친한 선배 허 재 감독과 함께 소주 한잔 나누는 선술집에서조차 두 스타의 얼굴을 알아보고 접근한 일부 무례한 취객들의 행패로 크고 작은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프로농구 슈퍼스타의 어제와 오늘. 불과 약 20년 사이에 농구 현실은 이렇게 무참하게 달라졌다. 어제의 스타는 너무 많은 사람이 얼굴을 알아봐 수모를 당했지만, 오늘의 스타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 수모를 당하는 기막힌 현실. 수장 선거를 앞두고 사분오열된 대한농구협회와 양대 프로단체인 KBL, WKBL이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할 '이승준 사건'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